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 (1) ‘Telling’과 ‘Showing’

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 (1) ‘Telling’과 ‘Showing’

  • 최문규
  • 승인 2019.02.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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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물을 보고 당황스러운 적이 종종 있다. 단번에 이해를 못해서 찬찬히 들여다 보고 나서야 ‘아~하’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아마도 국내 광고보다는 해외 광고를 볼 때 자주 일어난다. 반면에 쉽게 이해되는 광고물과 쉬운 것을 넘어서 단조롭기까지 한 광고물도 있다. 쉽게 이해되는 광고와 집중해서 봐야 이해되는 광고, 그 차이를 소설기법인 ‘Showing'과 ’Telling'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성싶다.

일반적으로 ‘Showing' 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 ’Telling' 은 ‘설명하기’로 번역된다.

소설에서 ‘보여주기’는 작가가 인물, 사건 등에 관하여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이고, ‘설명하기’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복습차원에서 두가지 소설적 표현을 비교해 보자.

“그의 첫 직장생활은 힘들었다.

늘 과중한 업무에 몸은 지쳐갔고,

선배의 따가운 눈초리에 마음은 늘 쪼그라 들었다.”

“첫 직장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늘 무거웠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고,

선배는 늘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전자는 ‘설명하기’, 후자는 ‘보여주기’가 우세한 표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문학계에서 이 두가지 방식을 놓고 어느 방식이 더 우월한 기법이냐를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설명하기’는 독자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여주기’는 독자들이 보고,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독자들의 심미적 안목까지 자극한다는 점을 들어 서로가 우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아직도 간간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한 작품 안에서 두가지 방식 중 어느 한 방식이 우세하게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방식이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광고의 경우는 어떨까?

장르와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소설은 독자에게, 광고는 소비자에게 주목을 끌고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유사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광고에서‘Telling'기법과 ‘Showing'기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설명하기’ 기법이 우세한 광고에서는 이미지보다는 카피의 내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설명적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의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반면에 ‘보여주기’ 기법이 우세한 광고는 이미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카피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는 카피도 생략하고, 이미지와 로고만으로 표현할 때도 있다. 물론 카피만 따졌을 때도, 비주얼만의 비교로도 ‘Showing'과 'Telling' 기법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한 가를 가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1

<그림1>은 ‘랜드로버’ 광고로서 거친 사막을 떼를 지어 달리는 비주얼과 로고만으로 험한 길을 달리는 SUV 차량인 랜드로버의 파워와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Telling'기법보다는 ’Showing'기법이 더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가지 햄버거 광고의 비교를 통해 ‘Showing'과 ’Telling'의 차이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두 햄버거 모두, 크고 푸짐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림2>에서는 보기에도 커다란 햄버거의 비주얼과 함께 카피에서도 ‘페티가 두장’이며, ‘불고기의 지존‘ 이라는 표현과 함께 브랜드네임도 ’빅불‘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그림3>에서는 이미지가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카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처리되어 있다. ‘보여주기’ 기법을 이용하여 햄버거가 너무 크고 푸짐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구석에 몰아넣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어느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물론, 광고가 매력적이라고 해서 효과 면에서도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광고는 마케팅 활동의 수단인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을 것이다. 또한, 내용의 질도 변수로 작용하기에 단순히 ‘보여주기’와 ‘설명하기’ 란 기법의 우월성을 따지기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Showing’기법은 독자들이 보고,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독자들의 심미적 안목까지 자극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최근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쌍방향적 소통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보면 ‘Showing'기법이 우세한 표현이 요즘에는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억측일까?

 


최문규 (주)메타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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