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 박재항
  • 승인 2019.03.1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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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을 한다.”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 행사는 아니었지만, 여성들의 행사에서 찍은 아래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이가 붙인 말이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사진이다. 컨퍼런스에서 저런 식의 재미없는 패널 토의는 많이 벌어지지 않는가. 특히나 외국에서 짙은 색 양복을 유니폼처럼 차려 입은 나이 지긋한 백인 남성들의 무대. 그런데 벽에 붙은 행사명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글로벌 여성 서밋 Global Summit of Women’이란 행사였다. 이 사진이 리트윗되고 다른 참가자들의 SNS에서도 퍼지면서 사람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자가 더 잘 안다 이거겠죠. 어이가 없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발 웃기려고 한 짓이라고 말해줘.”

1970년대를 풍미했던 TV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비슷한 콩트를 했던 적이 있었다. 여권 신장을 주장하며 여성들이 뭉쳐야 한다던 여성이 모임의 대표로 남성을 모시겠다고 하자, 환호하던 여성들이 야유를 하는 코디미로는 너무 뻔한 설정이었다. 그런 코미디 장면을 실제로 옮겼으니, SNS에서 집중포화를 맞는 것도 당연하다. 도대체 주최한 이들은 무슨 정신으로 저런 만행 혹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짓을 벌였을까.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글로브위민(Globe Women)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기회를 대폭 확장한다는 공동의 비전 아래 공공·민간·비영리 단체 등 전 부문이 함께 모여 설립한 단체‘라고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주최한 글로벌 여성 서밋 2014 행사를 사전에 알리는 뉴스레터 첫머리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양성 관계에 대한 ‘지속적 교육’의 일환으로 여성 행사에 남성을 좀 더 많이 참여시켜 달라는 타지프랑스의 최고 경영자 지앙바르코 몽젤라토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4년 글로벌 여성 서밋에서는 남성 최고 경영자 여러분을 초청했습니다.”

패널의 자격이 여성 승진을 지지하고 행했던 남성 경영자였던 것이다. 패널 중의 한 사람은 시설 관리 용역 회사를 크게 운영하는 이였는데, 그 회사의 임원 13명 중 6명이 여성이었다. 최초에 개탄을 하면서 트윗을 날린 이는 패널 토의에서 오가는 내용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그저 여성들의 모임에 남자들이 무대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만 눈에 들어왔고 분노를 트위터를 이용하여 표현했다. 트위터에 실린 사진과 글귀만을 접한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굳이 편집하거나 세세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었다. 글로벌 여성 서밋의 남성 패널들만 나온 토의 장면은 팩트이고,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을 한다.”라는 문장만으로도 알리고 공분을 일으키는 효과는 충분했다.

나중에 행상의 의도와 출연자 선정 기준과 면면이 알려졌으나 역시 예상대로 최초 트윗이 리트윗 되고 다른 채널들에서 사진이 유포될 때와 같은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지금도 이 사진은 성불평등의 예시 중 하나로 가끔 사용된다. 진실을 밝히며 꾀하는 반전은 대개 생각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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