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식은 역주행, 결과는 정주행”, 현대모비스 DOA 캠페인 제작팀을 만나다

[인터뷰] “방식은 역주행, 결과는 정주행”, 현대모비스 DOA 캠페인 제작팀을 만나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2.06.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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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올 5월 현대모비스 유튜브에서 공개된 10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이 아직까지도 화제다. 브랜드 홍보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퀄리티로 호평을 받으며,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조회수 500만을 돌파했다. 

현대모비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Dead or Arrive>는 자율주행 AI가 극도로 발달한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가 부서져도 결승선만 넘으면 승리하는 현실 속 레이스와 달리, 이세계에선 인간이 죽어도(!) 심장이 결승선만 통과하면 승리하는 규칙의 ‘DOA 레이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목숨 따윈 무시한 채 레이서를 결승선을 향해 던져가며 승리에 집착하는 광기 어린 자율주행 차량, 아니 로봇들 사이에서, 안전한 도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비스 팀의 이야기를 다뤘다.

자극적인 세계관, 감동적인 스토리와 중독성 강한 브금까지. 콘텐츠의 재미와 브랜딩 2마리 토끼를 잡은 DOA 캠페인을 기획/제작한 스튜디오좋 남우리, 송재원 대표와 편집팀, 연출팀, 기획팀을 만났다.

현대모비스와 애니메이션, 솔직히 이 만남이 좀 어색합니다. 게다가 10분이나 되는 레이싱 애니메이션으로 만남을 주선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송재원 대표 ‘더 파이팅’의 [뎀프시 롤], ‘피카츄’의 [백만 볼트],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와 같이, 주인공의 화려한 필살기는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는 사실에서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레이싱 장르를 선택했어요.

남우리 대표 원래 5분으로 시작했지만,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10분이 훌쩍 넘어버렸어요. 단순히 재미 포인트를 담은 콘텐츠가 아닌,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준비했습니다. 소비자의 과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첫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쓰다 보니 길어지게 됐어요.

송재원 대표 단편 애니이다 보니 한 편 내에 기승전결이 모두 있어야 했고,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점을 도출하기까지의 스토리텔링을 위해 주인공의 과거사를 초반부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길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남우리 대표 세계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가진 재료, 즉 브랜드 역사와 자산이 충분해야 합니다. 현대모비스는 그러한 재료가 충분했고, 펼치고 싶은 세계관이 넘쳤기에 되려 우리가 제안하게 됐습니다. 캠페인이 끝난 지금도 다 못 녹여낸 설정들이 더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좋은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10분이 넘는 애니메이션은 처음이잖아요. 현대모비스 '브랜딩'과 잘 만든 레이싱 애니의 ‘재미’,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았나요?

남우리 대표 비중은 50 : 50이지만, 순서가 중요했어요. 즉, 같은 비중을 두고 진행했지만, 당연히 현대모비스의 브랜딩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콘텐츠 속 주인공이 느끼는 희노애락 모든 감정의 기저에 현대모비스 기술들이 깔려 있길 바랐습니다. 

송재원 대표 사실, 레이싱 장면 자체가 1분이 안됩니다. 만약 정말 본격적으로 레이싱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면 좀 더 레이싱 장면이 늘어났겠지만, 현대모비스를 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지금의 비율이 됐습니다. 같은 무게라도 현대모비스는 스테이크, 애니메이션은 소스와 가니쉬인 셈이에요.

브랜드 오리지널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연출팀 진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분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드시는지 살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화부터 삽입곡까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할 게 한 둘이 아니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로봇 작화’였습니다. 차량에서 진화했다는 설정이었기에 대형, 중형, 소형 자동차의 흔적이 모두 남아있게끔 작업했습니다. 보는 재미를 위해, 로봇 각각의 개성에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당장 다리만 해도 1개인 형태, 여러 개인 형태, 지네의 형태 등 자세히 보면 모양이 모두 달라요.

그리고 현대모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영상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주인공 정주행이 입원해 있는 병실은 실제 현대아산병원을 모티브로 삼았어요. 서킷은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서산 PG이고, 기자회견 장면에서 주인공이 장착한 보조 장치는 현대모비스에서 개발 중인 ‘로보틱스’ 실제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지금 언급한 내용 외에도 약 30여 가지 정도의 비하인드 가 숨어있어요. 현대모비스 직원분들은 알고 보는 재미가 더 클 것 같습니다. 

편집팀 서로 공격하는 레이싱이다 보니, 현대모비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최대한 화려한 기술처럼 보이게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일본의 “사이버포뮬러”와 같은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나무위키에서도 DOA를 찾아볼 수 있더라구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기획팀 긴 러닝타임에도 DOA의 방대한 세계관을 모두 담아낼 수 없었어요. 영상 이외에도 소비
자들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DOA 세계관에 스며들길 원했고, SNS에서 이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레이싱이 주제인 세계관을 보여줄 SNS 콘셉트로 우리가 떠올린 것은 “공식 스폰서”였습니다. 콘셉트를 정하고 나니, DOA 세계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채널로 MZ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과 나무위키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현대모비스가 DOA 레이싱 대회의 공식 스폰서로 합류했다는 내용의 콘텐츠로 캠페인의 포문을 열고, 주인공의 모비스 팀, 빌런의 마르스킬라즈 팀, 그리고 DOA 레이싱대회 사무국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 콘텐츠를 3개월간 연재했습니다. 월드컵, F1과 같은 실제 국제 스포츠 대회의 SNS 채널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가장 ‘좋’다운 시도는 나무위키였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꺼무위키’라 불리던 나무위키는 이제 MZ 세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창작물의 세계관과 비하인드를 찾아보기 좋은 채널이었기에, DOA의 세계관을 정리한 문서를 나무위키에 업데이트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문법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사내에서 검증된 나무위키러가 작업을 맡았고, 여타 애니메이션 문서에 꿇리지 않는 ‘DOA 문서’가 탄생했습니다. 

DOA 시즌 2를 기대하는 댓글이 많은데... Dead or Arrive, 2023 시즌에도 개최될까요?

송재원 감독 ‘설마 1편으로 끝이냐’ 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Dead or Arrive]가 정말 애니메이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에 오히려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내 많은 분들이 한 분야의 ‘덕후’들인데, 같은 덕후의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자고로 시리즈로 나와야 하는 법이잖아요. DOA에 대한 이런 응원이 이어진다면, 시즌 2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좋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남우리 대표 스튜디오좋은 '커머셜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결국 광고를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보게 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바꿔 말하면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안 보면 끝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보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가장 의심 없이 보게 하는 것이 바로 ‘재미있는 콘텐츠’이잖아요. 그렇기에 우린 커머셜과 콘텐츠를 결합한 ‘커머셜 콘텐츠’라는 새로운 정의를 사용해왔고, 이번 현대모비스 브랜드 오리지널이 그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라 자부합니다. 전에 없던 ‘커머셜 콘텐츠’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었던 상징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송재원 대표 나중에는 2시간짜리 영화가 통째로 광고인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광고로 영화제에 초청되는, 칸 광고제와 칸 영화제를 석권하는 최초의 광고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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