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s thought] 한 건물에 그룹 계열사 몰아넣기

[Kh’s thought] 한 건물에 그룹 계열사 몰아넣기

  • 한기훈 대기자
  • 승인 2019.03.1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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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에 시카고의 대표적인 광고회사 중 하나인 DDB Worldwide의 시카고 오피스가 새로운 건물로 이전했다. 옴니콤 그룹에 속한 DDB가 이 건물로 이전했을 때에는 이미 이 건물에 다른 옴니콤 계열사들이 많이 입주했었다. Energy BBDO, 미디어 에이전시인 OMD를 비롯해서 TraceyLocke, 플레시먼 힐라드를 비롯한 여러 PR회사들 등 수 많은 옴니콤 소속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이 모여있었다.

옴니콤의 대변인은 계열사를 한 지붕 아래로 모이게 하는 일이 시카고 뿐만 아니라 런던이나 중국 등 옴니콤의 규모가 있는 지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옴니콤 만의 이슈는 아니다. WPP는 2015년 중국 상하이에 WPP Campus를 오픈하고 26개 계열사, 3000여명의 직원을 입주시켰다. 또한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밀란,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도 WPP Campus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조치의 이유는 계열사간의 콜라보레이션을 원활하게 하고 비용 효율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큰 면적을 사용하면서 건물주 측과 장기간에 걸친 유리한 계약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한 건물에 계열사를 몰아넣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일까? 사실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WPP나 옴니콤 등 홀딩 컴퍼니의 존재는 부각되고 각각의 에이전시 브랜드의 정체성이 약해진다. 파이낸스 파트의 임원들은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으나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계열사 간의 협업이 활성화된다는 증거도 없다. 각 계열사간의 관계는 때로는 ‘남보다 못한 관계’로 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보기에도 멋진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광고공장으로 보일 수 있다.

재무적 관점, 관리상의 이로움 등으로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을 경영한다는 것은 ‘크리에이터의 자부심’, ‘모두가 부러워하는 크리에이티브 핫 샵’ 등의 핵심 경쟁력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WPP 상하이 Campus(좌), WPP 상하이 캠퍼스 내 한 계열사 로비(우)
WPP 상하이 Campus(좌), WPP 상하이 캠퍼스 내 한 계열사 로비(우)

 


한기훈 현 (주)BALC 공동대표, 대홍기획 공채1기로 디디비 코리아 및 이지스 미디어 코리아 대표 역임했음 khhan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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