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다시 말하다, KPOP에 분 바람

‘고전’을 다시 말하다, KPOP에 분 바람

  • 이정민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11.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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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다른 '재해석'

[ 매드타임스 이정민 대학생 기자] 최근 음악 차트를 강타한 KPOP 히트곡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명곡’ 샘플링이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레드벨벳 ‘Feel my rhythm’부터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블랙핑크의 ‘Shut down’,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아이브의 ‘After like’, 가장 최근에 발매해 음원차트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Nxude’는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인 ‘하바네라’를 샘플링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처럼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하여 친숙함과 대중성으로 듣는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사진=벅스, 앨범 커버
사진=벅스, 앨범 커버

이러한 익숙한 명곡 들의 샘플링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클래식 샘플링의 경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샘플링한 VIXX의 ‘Fantasy’,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를 샘플링한 ‘뻔&fun’,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샘플링한 씨야의 ‘사랑의 인사’,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한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등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왜 최근 샘플링하여 곡을 만드는 것일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익숙한 멜로디를 차용한 곡들은 듣는 이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KPOP이 전 세계로 퍼진 지금, 해외 팬들을 사로잡기 위한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또한 기존의 샘플이 가지고 있는 고급스러움과 아이돌 음악의 트렌디함을 혼합시켜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SM 엔터테인먼트가 레이블 ‘SM 클래식스’를 만들어 KPOP의 고급화를 꾀한 것 처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고급화를 꾀하는 고도화된 전략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전개를 뒤집고 곡의 진행을 바꾸는 등 재미 요소를 불러 일으키고, 원곡의 뻔함을 지웠다는 점에서 과거 그대로 샘플링 해 온 곡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사진=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사진=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또 다른 이유로는 ‘Y2K’ 열풍이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반영한 이 트렌드는 패션 업계에서 한창 핫한 키워드다. 한참 2010년대 초에 복고 감성 음악이 유행했던 것 처럼, 한 시대 위로 옮겨온 것이다. 처음에는 스타일링과 헤어, 의상에 Y2K 트렌드가 반영되더니 점차 음반 구성, 굿즈 그리고 앨범과 음원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문화를 지나온 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 및 생산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뉴트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Y2K’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움이 ‘힙’하게 느껴지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어딘가 익숙한 노래, 그리고 지나간 줄만 알았던 뉴트로 열풍은 우리의 문화에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행은 다시 돌아온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즐기고 있는 아이템, 문화들이 뉴트로라 여겨지고, 오마주한 작품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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