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3) ‘컬처코드는 세상을 보는 안경’

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3) ‘컬처코드는 세상을 보는 안경’

  • 최문규
  • 승인 2019.04.10 08: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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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코드를 알고 나면 세상의 어떤 것도 예전처럼 보이진 않을 것이다.”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으로서 ‘컬처코드(Culture Code)’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이며 마케터이기도 한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문화인류학과 마케팅의 접목을 시도한 인물이다.

라파이유에 따르면 컬처코드란 자신이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이며,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 컬처코드는 인간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이며, 고객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그는 컬처코드가 쇼핑, 건강, 음식, 사랑, 직업, 정치 등 삶의 곳곳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심층 인터뷰와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파악한 컬처코드의 사례를 보면,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컬처코드는 ‘개성’인 반면에 독일인의 코드는 ‘엔진’이다. 즉, 미국인은 자동차는 품질이나 성능보다는 다른 차와 구분되는 독특한 개성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독일인은 품질과 성능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동차하면 ‘엔진’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컬처코드를 근거로 크라이슬러의 ‘피티 크루저’는 상품개발에서 커뮤니케이션까지 뛰어난 성능보다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진심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컬처코드를 잘 활용하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광고에 적용된 컬처코드의 사례로는 ‘로레알’ 브랜드 광고가 있다. 라파이유는 로레알은 미용제품으로서 이성을 유혹하는 속성이 강하다고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유혹에 대한 컬처코드를 파악한 결과, 유럽과 미국의 경우가 상이하게 나타났다. 유럽인에게 특히 이탈리아인의 경우, 유혹은 ‘재미나 오락거리’인 반면에 미국인에게는 ‘조종(manipulation)'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미국인의 경우, 유혹에 대한 부정적 코드가 있음을 간파하고, 로레알 광고는 남자를 유혹하는 내용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라는 슬로건을 개발했다고 한다.

<광고1>에서 보여지듯이, 로레알 광고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방영되었다. 어떤 문화에서 일정한 코드를 연상하게 하는 제품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면 그 코드를 피해감으로써 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라파이유가 파악한 다양한 컬처코드를 보면, 미국인들에게 사랑은 ‘헛된 기대’, 비만은 ‘도피’, 의사는 ‘영웅’, 간호사는 ‘어머니’, 가정은 ‘재회와 재결합’, 직업은 ‘정체성’ 쇼핑은 ‘세상과의 재결합’, 대통령은 ‘모세’ 등이다. 이러한 코드를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소비자의 진심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도 컨셉과 테마를 설정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광고 크리에이티브도 사람을 상대하는, 소비자에게 공감을 주고 설득시키는 작업이니까.

프랑스인이면서 미국으로 귀화한 라파이유가 제시한 컬처코드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개념을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에 방영된 우리나라 광고를 컬처코드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광고2>에서 보여지는 ‘활명수’ 광고에서는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나타나 있다.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밥 먹었냐?”, “밥은 먹고 다니니?”, “밥 먹고 해라” 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보고싶다”, “사랑한다”를 표현하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표현하였다. 자신보다는 늘 가족과 자식들이 먼저였고, 일 하느라 돈 버느라 자식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던 삶을 살아야 했던 이 시대의 아버지들. 감정 표현이 서투르고 어색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밥으로 표현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소화제’의 속성에 맞게 표현한 광고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 윗세대일수록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컬처코드는 ‘무뚝뚝한 사랑’이 아닐까? ‘ .

라파이유는 미국인들에게 직업이란 단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삶을 규정하는 차원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직업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를 ‘정체성(Who You Are)'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인들과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직업은 ‘생계의 수단’, ‘의무감’으로 대변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요즘들어 부쩍 ’워라밸‘과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는 것은 아닐런지. 위에서 업급한 ‘로레알’의 경우처럼, 직업과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려는 시도를 한 ‘마인드 브릿지’의 프로모션과 <광고3>는 되새겨 볼만하다.

물론 컬처코드를 파악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줄 수 있다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우리도 컬처코드라는 안경으로 소비자를 바라본다면 우리의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세계도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최문규 (주)메타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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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2019-04-16 12:31:23
컬처코드에 대한 해석이 매우 클리어 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