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Tech] 마케팅, 예술을 넘어 과학으로

[AD & Tech] 마케팅, 예술을 넘어 과학으로

  • 주종필
  • 승인 2019.04.16 0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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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옛말이 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을 과학이자 예술이라고 말한 이유도 알듯 모를듯한 사람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소비자의 변덕스러움이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불과 111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의 대중화를 선도한 포드 사의 ‘모델 T’의 색상은 검은색만 사용되었다. 당시 소비자들이 블랙의 오묘함에 빠졌던 것은 아닐진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지만, 처음에 고려되었던 색상은 녹색 바탕에 빨간 무늬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 엔지니어가 검은 색 도료가 훨씬 빨리 마른다는 것을 발견한 후, 포드는 전격적으로 모든 차를 검은색으로 통일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 포드는 자동차 색은 원래 검은색이다라는 ‘자동차 이데아론’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참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왕권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에게 속해 있던 시절의 모습이다.

Ford Mode T
Ford Mode T

그 이후 빛의 속도보다 빨리 발전하는 산업화의 흐름은 소비자의 욕구를 더 이상 단색의 자동차 모델에 묶어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자 단위로 파편화 하였다. 2017년도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237개의 자동차 모델이 있었는데, 당해 년도 신차 모델로 출시된 것이 38개에 이른다. 검은색을 자동차 이데아로 주장하던 공급자가 왕인 시절은 기억조차 희미해 지고 있다.

오히려 다양해지고 파편화된 소비자 마음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 (대략 1.2*10^27개) 보다 더 많아졌고, 스노우볼(Snowball) 마냥 계속 커져왔다. 코틀러가 말한 예술적 경지의 마케팅 만으로는 모든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만족해 주기 어려운 수준에 임박한 것이다. 또 다른 접근법인 마케팅 과학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과학적 마케팅 접근법

그렇다면 과학적 마케팅 접근은 어떻게 하면 될까? 2016년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 대국에서 4승 1패로 승리하며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딥마인드(DeepMind)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 인공지능이 일종의 마케팅 용어처럼 사용되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buzz이기 때문이 아니고 실제적인 마케팅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3가지 질문을 통해서 구체화 해 보자.

첫째 왜 하필 딥마인드는 바둑에 인공지능을 적용했을까?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의 선들이 교차하여 361개의 착점으로 가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바둑돌을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361! 즉, 1.43*10^768개 이상 된다는 것인데, 숫자의 크기를 가늠해 보자면 앞서 엄청나게 큰 수로 언급했던 우주의 원자 수 보다도 더 많다. 딥마인드의 창립자 데마스 하사비스가 바둑을 선택한 것은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게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우리의 테이블에 올라온 마케팅 문제도 바둑처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고객의 마음을 파악할 것도 가장 유력한 최선의 선택지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Deepmind tree search 구조 / 출처 Quora "What does it mean that AlphaGo relied on Monte Carlo tree search"
DeepMind tree search 구조 / 출처 Quora "What does it mean that AlphaGo relied on Monte Carlo tree search"

둘째 왜 강화학습에 집중하는가?

기계를 학습시키는 머신러닝은 크게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그리고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지도학습으로 질문과 정답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기업 대출을 위해 부도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고자 할 때, 지금까지 대출을 했던 기업정보 및 부도 여부가 포함된 데이터를 근거로 진행된다.

그에 비하여 비지도학습은 정답이 없는 데이터를 다루는데, 예를 들어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을 유형별로 분류할 때 유용하다. 고객의 거주지역, 예금액, 방문주기 등의 자료를 가지고 그룹핑 하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화학습은 아예 접근법이 다른데 즉, 데이터 자체가 필요 하지 않다. 마치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본성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 ‘빈 서판 (Tabula rasa)’ 이론처럼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룰을 설정하는 등의 인위적인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특정 행동에 대한 보상 시스템만으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알파고 제로(Alphago Zero)가 대표적인 강화학습의 산물로써 세계 1위인 중국의 커제를 이긴(Alphago Master), 그리고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리(Alphago Lee) 등의 알고리즘이 16만개의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되어진 것과 달리 바둑의 기본규칙도 알려주지 않고 단지 보상 시스템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학습한다. 기존의 알파고에 비하면 극히 짧은 학습기간에도 불구하고, 기존 알고리즘의 능력을 초월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이제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묘수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기존에 확실한 승리의 방법이던 알려졌던 기본적인 수가 무용한 것으로 밝혀 내는 등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바둑을 보여주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런 새로운 차원의 솔루션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나는 채널만 생각해 봐도 오프라인을 제외하더라도 PC 기반의 인터넷에서 모바일을 넘어 생활 곳곳에 위치한 IoT 기기로까지 접점이 확장되고 있기에 바둑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고객 행동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세번째 질문은 바둑 그 다음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딥마인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즉,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낯선 세계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그 주인공은 알파폴드 (Alpha Fold)로 올림픽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단백질의 3D 입체 모형 예측’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참석한 경쟁자들은 세계적인 제약사와 전문 연구기관들이었는데,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그야말로 전무한 딥마인드가 탁월한 성과를 내어 경쟁자를 압도했다.

단백질 3D 입체모형 예측이라는 과제는 바둑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등불을 비춰주는 엄청난 프로젝트이다. 우리가 잘 아는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는 mRNA에 의해 복제되어 20개의 아미노산이 결합되어 단백질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여러 신체기관을 구성하도록 한다. 그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DNA 유전정보에서 단백질이 구성되는 경우의 수 또한 방대하여 아미노산이 어떤 형태의 단백질 구조로 형성되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문제이다. 반면, 예측만 가능하다면 알츠하이머 등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등 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

딥마인드가 알파폴드로 참여하기 이전에는 단백질 구조예측을 위해 2017년 노벨화학 상의 업적이었던 저온전자현미경관찰법과 같은 소위 로켓과학(Rocket Science)가 사용되었다. 하사비스는 바둑이라는 게임으로 시작하여 알파제로(Alpha Zero)에서 끝을 낸 것이 아니라, 알파고 개발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유용한 인류적 과제 해결을 위한 단계로 도약했고, 그 첫번째 도전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Alpha Fold)인 것이다. 알파폴드는 146천개의 단백질 구조정보를 모아둔 Protein Data Bank에서 29천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도학습을 통해 학습시켜 만들었다. 초기 알파고 수준이다. 향후 강화학습을 통하여 알파제로 수준의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과제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미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주식 예측에 그리고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되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한 고객의 마음을 읽는 작업은 단계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고객 선호를 구분하는 수준이라면 조만간 사전적으로 고객의 선호를 쉽게 예측하는 시점도 도래한 것이다. 단지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았을 뿐.

Alphafold의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 출처 : Deepmind.com AlphaFold: Using AI for scientific discovery
Alphafold의 단백질의 3D 입체 모형 예측 / 출처 : Deepmind.com AlphaFold: Using AI for scientific discovery

 


주종필. Design Innovator. 11번가 근무

 

Reference

1. 동아사이언스, 2019.3.19, 김진호(동아사이언스 기자), ‘알파고’후배 ’알파폴드’도, 북한도 뛰어들었다. 단백질 구조예측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view/27294source=fb?fbclid=IwAR2x3h143cYpzzKu9Vg-rdQSxvn91LZzcxYPcV-GuoDMYPTessglXdZ3bBc

2. Crossroads, 2019. 3월 통권 162호, 석차옥(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알파고와 알파폴드가 일으킨 파문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392&s_para4=0022&fbclid=IwAR1MC89G1251Gt9l5us-_UT2iYrnE-7Y0b4BcL8gEOMLIrCyUNrOBpB2s7Y

3. The Guardian, Google's DeepMind predicts 3D shapes of proteins, 2018.12.2.;

4. DeepMind, AlphaFold: Using AI for scientific discovery.2018.12.2

5. BioINwatch, 2019.1.17, 구글딥마인드, 단백질 3차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AlphaFold) 개발
https://www.bioin.or.kr/board.do?num=284554&cmd=view&bid=issue&cPage=1&cate1=all&cate2=all2

6. BRIC 동향, 양병찬 (2018-12-05 10:28)구글 딥마인드의 최신병기 알파폴드(AlphaFold), 단백질의 3D 형태 예측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0218

7. DeepMind AlphaFold, Siraj Raval
https://www.youtube.com/watch?v=cw6_OP5An8s 

8. https://deepmind.com/blog/alphafold/

9. Global Auto news, 채영석, 자동차의 산업화 초기에 보여 준 포드의 명과 암
http://global-autonews.com/bbs/board.php?bo_table=bd_028&wr_id=9&page=4 

10.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00092/total-number-of-car-models-on-the-us-market-since-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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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 2019-04-16 09:12:2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