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문신을 이용한 마케팅의 씁쓸함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문신을 이용한 마케팅의 씁쓸함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4.29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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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미노 피자 계정의 프로모션 공지

“우리 도미노 피자의 브랜드 로고를 당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기세요. 그리고 문신을 사진으로 찍어서 #DominosForever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려서 친구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그러면 공짜 피자를 드리겠습니다.”

도미노 피자에서 나온 저런 프로모션 문구를 당신이 봤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깟 피자 좀 공짜로 받는다고 지우기도 힘든 문신을 하겠는가 싶다. 만약에 피자 100개를 공짜로 준다면 어떨까. 언뜻 상당한 양을 주는 것 같은데, 피자 한 판을 2만 원으로 잡으면 200만 원에 몸에 문신을 할 가치가 있나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평생토록 공짜 피자를 제공한다면 문신을 새길 가치는 있을까.

실제 러시아 도미노 피자에서 작년 2018년 9월에 서두의 조건을 실행하면 “100 pizzas a year for 100 years(매년 100개의 피자를 100년 동안)”이란 ‘100-100’ 프로모션을 실행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문신을 새겨주는 타투샵(tatoo shop)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프로모션이 시작되고 4일 후에 한 대학교 앞의 타투샵에 학생들 여섯 명이 급하게 뛰어 들어와서 최대한 빠르게 도미노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달라고 했다. 원래 2개월 동안 진행한다던 프로모션 행사를 4일째 정오에 끝낸다고 도미노 피자가 자신의 SNS로 발표한 까닭이었다.

실제 문신 후 인스타그램 게시물

 

상업적 메시지를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대가를 받는 경우는 제법 있었다. 혜택을 제공하거나 수혜자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다.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멕시칸 음식점은 평생 공짜 점심을 내걸었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수혜자를 하루 50명으로 황급하게 제한하여야 했다. 2016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버거 음식점은 실제 버거 크기와 가장 가까운 문신으로 경합 기준을 만들어 3,500명의 버거 문신을 한 이들 중 단 10명만 선전하여 평생 공짜 버거 취식권을 주었다.

자신의 피부를 광고판으로 제공하는 사례로 가장 논란이 되고, 그래서 많이 알려진 사례는 도박 사이트의 웹사이트 주소를 이마에 새긴 여성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아예 자신의 이마를 광고판으로 활용할 권리를 이베이에서 경매를 걸어 판매했다. GoldenPalace.com이란 온라인 카지노가 10,000달러에 권리를 샀다. 문신을 하러 갔을 떄, 타투샵의 직원이 수 시간 만류를 했는데도 듣지 않고 강행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관심 끄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유수 언론매체와 인터뷰도 하고, 유명인사가 된 듯싶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몇 년 후 호기심에 그녀를 찾은 기자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만 전했다.

문신은 고치거나 삭제하기 힘들고, 인간의 몸이 매체이자 재료가 된다는 특성이 있다. 변하기 마련인 광고나 선전의 메시지와 전달 도구로 어울리지 않는다. 순간적인 효과를 위해 이용할 수는 있으나, 대개 오래 갈 수 없다. 한 순간 반짝 관심 뒤의 씁쓸하고 찌질한 반전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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