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야기]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마법은 없다

[스타트업 이야기]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마법은 없다

  • 정재호
  • 승인 2019.05.0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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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고객 확보를 위한 솔루션은 퍼즐조각처럼 찾기 힘들다

국내외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 스마트폰의 초기화면을 열어 보자. 이 서비스가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의 멋진 앱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각광받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때로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서비스를 접하고 놀랄 때도 있다. "넥플릭스(Neflix)"나 "왓챠플레이"는 나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한다. 인터넷 서핑하며 한 번 검색한 제품이 광고로 환생(?)하여 "페이스북(facebook)"이나 온라인 뉴스 사이트에서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다. "구글(google)"을 열광적으로 사용하는 독자라면, 항공/호텔을 예약하고, "G메일(Gmail)"로 확정 내용을 받은 후, "구글 캘린더"에 나의 여행 일정이 자동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Data를 중심으로 하는 IT의 힘이다. B2C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이라면, 반드시 Data에 대한 감각, 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성장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창업 1년 미만의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면서 만난,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들이 투자 유치 시점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SNS를 통해 서비스를 알리고, 재미있는 컨텐츠나 커뮤니티 서비스로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모으고,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알고리즘을 만든 후,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여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이러한 얘기에 대한 나의 질문은 항상 같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은 수백만 명의 고객이 확보 된 이후에 가능한 얘기인 것 같고요, 지금 당장 첫 고객을 어떻게 모으실 건가요?”

특히, 대기업, 연구원, 전문직 출신의 창업가 일수록 스타트업의 첫 단추 끼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Big Picture를 보고, 시장 트렌드를 읽는데 능하다. 과거에 속했던 조직에서의 일을 항해로 비유하자면, 유조선과 같은 큰 배의 운항과 유사했을 것이다. 대양을 향 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운명에, 한 번 항로를 잘 못 잡으면 큰 위험도 뒤따른다. 이를 막기 위해 풍부한 자금과 인력, 각종 리서치 자료, 전문가(변호사, 회계사 등)의 상시 도움을 받는다. 의사 결정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수십 조원의 시장을 직접 조준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판단이, 스타트업 경영에는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과, 큰 시장를 바라보는 성장 지향성은 필수로 가져가야 하나, 현재 직면한 상황은 녹녹하지 않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고객에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를 설득 해야하는 싸움이고,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암초 투성이의 급류를 해쳐 나가야 하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콘, (또는 유니콘 후보)로 각광받는 사업의 시작은 어땠을까? 배달앱에 올릴 동네 가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수거해서 등록하고, 영업 사원이 되어 점주를 설득하고, 원룸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가가호호 직접 벨을 누르고, 육아맘들이 모인 곳에서 아저씨들이 베타 버전의 앱을 홍보하고, 회사 후배들을 만나 중고품 첫거래를 부탁하여 선물을 건네기도 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초기 고객에게 배운 바를 적용하여 더 많은 고객을 모집하고, 지역이나 서비스의 범위를 넓혀나가며 성장한다. 생사의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머릿속에는, 시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고객의 상황, 열광 또는 불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공감하며 찾아낸 문제와 해결 방법, 수 백 번의 반복을 통해 검증한 모델이 성장하는 서비스의 초석이 된다.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고객 접촉의 중요성은, 전설적인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강조하는 사항이기도 하다(http://paulgraham.com/ds.html). 작은 스타트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십만 명의 불특정 다수 고객, 넓은 범위의 시장보다는, 세그먼트를 쪼갤 수 있을 때까지 쪼개서, 그 시장에서 1등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법이다. 만약,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진성 팬 100명을 확보했다면, 이후 성공 방정식의 copy and paste, 기술의 도움을 통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고객확보의 성공방정식은? 진성팬 100명의 확보다

통상, 스타트업의 첫 투자 유치는, 초기 거점 고객 대상 pilot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뤄진다. 막연히 큰 시장에 대한 전문가의 식견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확보한 소수의 열광적 고객에게 검증한 것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스피드를 낼 테니, “성공의 시기를 함께 앞당겨 보자”는 IR(Investor Relations) 스토리가 더 설득적이고, 매력적인 이유다.

Company B 파트너 정재호

필자소개 :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 고려대 경영대 스타트업연구원의 예비창업팀 육성 교수로 활동 중 / 앞으로 생태계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에 관한 얘기를 정기적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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