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개들에게 물어봐

[광고와 춤을] 개들에게 물어봐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5.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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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유사점과 인간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차이점들은 개와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축복이자 저주다. 개와 인간의 동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서 ‘순한(?) 녀석’의 탄생은 태생적인 개의 성격과 기질 탓이 아니다. 개가 당신의 포옹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녀석이 포옹을 당신만큼 좋아하는 걸까? 아니다. 동물행동학자의 말을 인용한다면 “무한한 자비심으로 당신의 포옹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개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인간에게 이야기한다. 반면 우리는 끊임없이 말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면서 개를 대혼란에 빠뜨린다. 패트리샤 맥코넬은 인간이 개의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온통 털로 에워싸인 38.5도의 동물이 축축한 코를 들이밀면서 다가와 영문 모를 눈빛으로 올려다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무지와 잘못된 상식으로 무장한 채 동물과의 동거를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LG U플러스 IoT 유튜브 광고 <자장가의 비밀> 편은 관점에 따라 상반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반려견 소유자와 동물행동학자가 나란히 앉아 유튜브 광고 영상을 시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반려견 소유자는 광고내용에 공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는 광고에서 재현된 잘못된 상식들에 대해 침묵하기 어려울 것이다.

CCTV를 통해 본다는 것은 마주본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홈 CCTV의 도입으로 이제 우리는 개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고 개의 일상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돌봄 서비스로 히릿의 일상에 일어난 변화는 초라하다. 주말이 될 때까지 건물 안에 홀로 남겨진 일상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개는 매일의 산책이 필요하다. 산책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냄새. 시각적 신호. 새로운 소리 자극들에 노출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다. 산책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절한 사회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런고로 개의 본성을 돌보지 않는 돌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물과 기술의 신이 주는 혜택은 개의 삶을 티끌만큼 변화시켰을 뿐이다. 반면 사물과 기술의 신은 우리의 일상적인 죄책감 (내가 히릿을 키울 자격이 있을까요?)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완전한 긍정 (나는 오늘도 히릿을 돌봅니다)으로 재무장시킨다. 이 혁신적인 도구와 기술은 철저하게 우리의 정신을 돌본다. 이제 우리는 홈 CCTV 미니를 통해 히릿을 볼 수 있고 필요한 때면 어디서든지 원하는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더 이상 히릿은 예전처럼 더운 날씨에 무방비상태로 방치되지 않을 것이다. TV의 시청각적인 자극에 외로움을 잊을? 것이다. 밤을 물리치는 밝은 전등 빛으로 더 이상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문 앞에 앉은 채로 졸려고 하면 어김없이 자장가가 들려올 것이다. 그러면 디스크에 무리가 가지 않게 바닥에서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IoT LG U+의 소비는 우리의 죄를 사해주는 그래서 거부할 수 없는 현대판 ‘면죄부’다.

 


황지영 경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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