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꿈과 용기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꿈과 용기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5.2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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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카드섹션
2002년 월드컵 카드섹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이 관중석에서 카드섹션으로 펼친 응원 구호를 기억하는가. 붉은 악마 응원단이 16강전 이탈리아와의 대결에서 1966년 런던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눌렀던 것을 재현하자면서 ‘Again 1966’을 수놓았다. 이탈리아 축구 역사에 가장 치욕스런 순간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고, 그들의 바람처럼 이탈리아는 악몽 #2를 맛보았다. 스페인과의 8강전은 붉은 악마가 그때 펼친 응원 구호 중에는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흐릿하게 남아 있다. ‘PRIDE OF ASIA’였다. 일본까지 떨어졌으니 오직 하나 남은 아시아 팀으로 자부심과 함께 그 자존심을 지켜가자는 뜻이었는데, 자화자찬으로 비추었다. 원래 자기 자랑 쪽으로 흐르는 광고는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독일과의 4강전에서 유명한 ‘꿈은★이루어진다’가 등장한다.

이루기 아주 힘든 것이기에 사람들은 ‘꿈’에 비유한다. 한국의 붉은 악마가 내걸었던 결승 진출의 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꿈들은 그러하다. 꿈은 그래도 사람들을 그를 향하여 달리게 하는 힘이 된다. 진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듯 싶긴 하지만, 한국의 어느 대통령은 중학 때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벽에 써서 붙여놓고 꿈을 키웠단다. 월드컵 결승 진출, 대통령 정도 되어야 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최소한 남자는 ‘장군’, 여자는 ‘선생님’ 같은 획일적인 꿈과 그를 이루는 단계가 강요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밟아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부모와 사회가 규정한 단계이자, 그 자체가 작은 꿈들이다. 부모의 작은 꿈들에 우리의 어린 시인은 맞춰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부모의 꿈을 이루어준 다음에 자신이 정말 추구하는 ‘미용사’가 되려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 이런 시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라고 했을 때 우리는 무언가 주저하다가 ‘그래, 결심했어’라고 하면서 행동으로 옮겨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식으로 상상하고 정의한다. 그러나 다른 형식의 용기가 있다.

<이규경 - 용기>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우리 사회에는 저런 여덟 살 어린이와 같은 꿈이, 우리 광고계에는 “나는 못해요”라고 하는 저런 용기가 곳곳에서 피어나길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다채롭고, 그래서 더욱 정의롭고 창의성이 꽃피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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