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세상이 등을 돌렸을 때 받는 위안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세상이 등을 돌렸을 때 받는 위안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5.2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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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각자의 머피의 법칙이 있다. 우리 집에서 대표적인 것은 책을 찾을 때 적용된다. 원고를 쓸 때, 인용을 하거나 확인하려고 찾는 책은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원고를 어떻게든 써서 보낸 다음에 발견된다. 원고 쓸 때 꼭 확인을 해야만 하는 책이라서 온라인 중고책방을 통해서 사고 배달된 다음 날에 놀리듯 모습을 드러내는 고약한 성질의 놈들도 있다. 몇 번이나 눈으로 군대에서 배운 중첩관찰법을 사용하여 훑고 지나간 곳에서,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다른 책을 찾을 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단체 사진 찍을 때 꼭 눈을 감는 친구들이 있다. 디지털로 찍는 요즘이야 몇 장을 연사로 찍기도 하고, 포토샵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안타까운 경우는 혼자 증명사진을 찍는 부스에서 일어난다. 언제 찍힐지 몰라서 긴장을 하고 있다가 푸는 순간에 찰칵 소리가 난다. 카메라 타이머가 작동하지 않아서 확인하려고 일어나거나 앞으로 나가는 찰나에 찰칵 찍히는 경우가 예전에는 클리세처럼 벌어졌다.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머리카락으로나마 휑한 윗머리를 채우는 아저씨가 혼자 박스에 들어가 증명사진을 찍는다. 윗머리에 찰싹 붙여놓은 머리 가닥은 꼭 셔터가 작동하는 시간에 앞으로 흘러내린단 말인가. 겨우 다시 매무새를 고치고 머리도 원상복구 시켜 가장 멋진 미소를 띠우고 있는데 셔터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표정을 유지할 수 없어 푸는데, 그 순간에 머리도 다시 흘러내리고, 야속한 셔터는 찰칵 소리를 낸다. 절망하여 주저앉는 아저씨. 안타까움과 위로의 말을 생각할 짧은 포즈 다음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운데 그 아저씨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가를 물고 나타난다. 그리고 화면 중앙에 카피가 나온다.

“Happiness is a cigar called Hamlet.”(햄릿 시가라면 언제나 행복)

1964년에 설립된 햄릿 시가의 이 전설적인 TV캠페인은 1964년 창립된 해에 흑백으로 시작되었다. 1966년 컬러가 나오고 거의 문화 현상처럼 인기를 끌었다. 1991년에 TV에서 담배 광고가 금지되며, 영화관 광고로만 나오다가 1999년에 마지막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그 마지막 작품의 카피는 이전과 조금 달랐다.

“Happiness will always be a cigar called Hamlet.”(햄릿 시가라면 언제까지나 행복)

햄릿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작은 위로가 되는 가벼운 시가였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같은 상류층 인사가 위압적으로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과시하는 그런 시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위의 ‘Happiness’ 라인 전에 항상 ‘Mild cigar’라고 자신을 차별화했다. 자신만의 작은 만족과 여유를 누리기 위하여 피는 게 햄릿 시가였다. 아주 철저히 영국식 유머의 반전을 보인 광고들이었다. 그들이 펼쳐낸 일련의 반전 커뮤니케이션은 시가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햄릿 시가는 이제 영국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 모두 돌아서 햄릿 시가를 피며 그 연기 속에서 위안을 얻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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