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제는 우리가 만든다

광고, 이제는 우리가 만든다

  • 고아연
  • 승인 2018.11.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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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공 수업에서 광고를 분석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한 팀이 글로벌 아이돌그룹 BTS의 카스(Cass)광고를 보여주었다. BTS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이번 카스 맥주의 광고모델이 BTS구나 생각했다. 카스가 매년 보여주었던 짜릿하면서도 신나고, 청량한 이미지. BTS는 그와 딱 어울리는 모델이었다. ‘광고모델 잘 선정했네’라고 생각할 찰나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BTS 열광팬)후배의 피드백. “저건 카스의 공식 광고영상이 아닌 팬이 만든 팬메이드(fan-made) 영상이에요. BTS의 뮤비들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카스 광고처럼 합성한거지 실제 광고모델은 BTS가 아니에요.” 후배의 피드백에 발표자는 일동 당황, 다른 학생들은 어리둥절, 심지어 교수님까지 당황하며 “팬이 만든 영상이 저렇게 정교하고 실제 카스 광고처럼 보이냐”고 질문하였다. 해당 영상이 유튜브에서 굉장히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댓글 역시 “BTS와 카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 사먹고 싶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음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그럴싸한 해프닝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보며 점점 광고의 제작자와 감상자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져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AE가 기획서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를 광고주에게 전달한 후 이것이 최종적으로 승인되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요즘은 이 과정에 ‘광고 업종’과 전혀 연관되지 않은 누군가가 개입하기도 한다. 2017년부터 포카리 스웨트의 공식 모델로 발탁된 트와이스의 경우가 그렇다. 트와이스 특유의 청량한 이미지에 영감을 받은 팬이 포카리스웨트와 합성한 이미지를 SNS에 게재했는데 포카리스웨트의 대표 관계자가 이를 보고 매력을 느껴 트와이스를 모델로 발탁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레깅스를 입고 핫한 몸매를 드러내며 연습영상을 찍은 아이돌 손나은을 보고 “아디다스 광고주는 뭐하냐 손나은 모델로 선정안하고”라는 무언의 압박과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며 결국 손나은이 아디다스의 광고 모델이 되게 만든 경우도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광고를 감상하고 있지 않는다. 모델이 맘에 안들면 교체해달라고 항의를 하고, 교체가 되지 않을 시 ‘불매’라는 무서운 행위로 반응한다.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을 특정 제품과 엮어 직접 광고를 만들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광고 모델을 제의하기도 한다. 과거보다 더 똑똑하고 까다로워졌으며 적극적이기까지 한 소비자들이 이제는 광고 제작과정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감상을 넘어 제작자까지 된 현대 광고 세계에서 우리는 소비자의 니즈와 트랜드를 발빠르게 파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고아연 대학생기자 (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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