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Tech] 블랙홀 사진 속 비즈니스 인사이트

[AD & Tech] 블랙홀 사진 속 비즈니스 인사이트

  • 주종필
  • 승인 2019.05.3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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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2014년 한국의 1,020만 관객을 일반상대성이론과 블랙홀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영화의 각본을 쓰기 위해서 조나단 놀란(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은 4년 동안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 교수(2017년 중력파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게 상대성이론을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의 모습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의 모습 / 필자 제공

영화의 과학적 토대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한 마디로 중력에 관한 이론으로 공간에 대한 그간의 개념을 일거에 바꿔놓았다. 즉, 중력에 의해 공간은 휘어져 있고, 따라서 이 공간을 지나는 빛도 휘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이에 영감을 받은 독일의 무명 천체물리학자 칼 슈바르츠실트가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을 통하여 강한 중력을 가진 어떤 별은 그 안에서 어떤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여 암흑처럼 검게 보인다고 예측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인해 주위의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가는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에 빛들이 토성 고리 원반처럼 주변을 감싸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관측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론에 기반한 상상력을 표현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블랙홀을 직접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2019년 4월 10일 인류 역사 최초로 블랙홀의 사진이 학술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었다. 어두운 중심부 주위를 링 형태의 가스가 환하게 밝히는 모습은 과학자들이 그 동안 상상만 했었던 블랙홀과 유사했다.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이 관측하여 촬영한 블랙홀 모습 / 필자 제공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이 관측하여 촬영한 블랙홀 모습 / 필자 제공

촬영된 M87로 불리는 이 블랙홀은 은하의 한 가운데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데, 그 만큼 질량도 커서 태양의 65억배가 넘는다. 하지만, 지구에서 5,000만 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마치 지구에서 보면 달 표면에 놓인 오렌지 정도로 작게 보인다. 현재 지구상의 가장 좋은 망원경을 통해 달을 찍어도 한 픽셀에 약 150만개의 오렌지가 들어갈 정도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더라도 블랙홀을 사진으로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촬영된 블랙홀 사진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단순하게 수학 공식을 사용하여 계산해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의 사이즈가 충분히 크면 된다. 문제는 그 규모가 지구 크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존재인가? 말도 안되는 일을 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 200여명이 모여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이후 ETH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EHT Global Array Sites / 이미지 NRAO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아이디어는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지구 규모의 가상적인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쉽게 말할 수 있으나 그 과정은 고도의 과학적 기술과 노력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면, 분산된 망원경들은 1억분의 1초 오차 범위에서 동기화되어야 했고, 수집된 엄청난 규모의 관찰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추출했기에 블랙홀의 영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1915년 발표되고 아서 에딩턴이 1919년 탐사대를 이끌고 서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빛이 휘어짐을 확인하여 이론의 근거는 마련한 후, 드디어 2019년 블랙홀 사진이 이론의 완벽한 증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ETH 프로젝트는 천체물리학에 아주 중요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와 더불어 그 추진 과정에서 유념해야 봐야 할 비즈니스 인사이트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컨버전스이다. 아마 인터넷을 통해 블랙홀 사진 촬영 성공으로 기뻐하는 한 연구원의 모습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진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공유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는데, MIT의 케이티 바우만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ETH 프로젝트에 관하여 TED를 통해 강연을 하였을 뿐 아니라 성과에 있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크게 회자되었다. 그런데 강연에서 바우만 박사는 자신의 전공이 천문학도 물리학도 아닐 뿐더러 천문학 지식도 일반인 수준이라 밝히는데, 어떻게 천문학 프로젝트에 그렇게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일까?

바우만 박사의 전공은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으로 프로젝트에서 9개의 전파망원경에서 수집한 5페타바이트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노이즈와 관찰 대상을 구분하고 필요한 이미지를 추출하는 계산 알고리즘 개발하여 블랙홀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블랙홀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데이터에서 블랙홀을 뽑아내는 능력에서는 최고였던 것이다.

학계에서는 학제 간의 결합을 통섭이라하여 다양한 분야들이 조합된 연구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오히려 기업에서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협업의 문화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사회가 고도화 되어 가고, 고객 니즈의 다양성이 사업 영역간의 침투를 허용하고 Disruptive Innovation의 기회가 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Design Innovation 회사인 IDEO는 팀 구성 시에 Multi-Disciplinary(다학제적인)를 기본적인 룰로 삼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혁신적 방안들을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블랙홀 촬영 성공에 기뻐하는 케이티 바우만 박사
블랙홀 촬영 성공에 기뻐하는 케이티 바우만 박사 / 필자 제공

둘째는 기존의 관념 또는 편향성의 극복이다. 전파망원경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관찰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9개의 전파망원경으로 지구 크기의 가상 전파망원경을 역할을 하는 것이라 절대적으로 데이터는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구현할 때 기본적인 논리로서 일반상대성이론이 기반이 된다. 하지만, 그 이론이 지나친 비중으로 경도되면, 자칫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반드시 달라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블랙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가는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다.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은 서로 다르게 구현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마치 어떤 사물을 말로 설명하고 그림으로 그리게 한다고 할 때, 3명의 화가에게 그려보게 하면 화가 고유의 문화적 편견을 발견할 수 있고 대상 사물이 명확히 어떤 모습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사실 편향성은 인간의 고유 행동 패턴이기에 개인 뿐 아니라 조직 단위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때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TH는 그런 오류에 민감하였고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 비교를 해결 방안으로 채택하였다. 비즈니스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편향성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오류가 간과되기 쉽고 때로는 그런 사항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다른 사람들에게 오도되는 경우도 많다. 감지된 편향성은 다양한 관점을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

셋째는 Innovation이다. 케이티 바우만 박사는 TED에서 믹 재거의 노래에서 “항상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한다면 원하는 것을 찾고 가질 수 있다”라는 가사에서 힘을 얻었다고 한다.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원했지만, 가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국 ETH는 돌파구를 찾아냈고 그것이 바로 Innovation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기업에서는 Innovation은 절박할 때 한번 해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는 필수다. ETH 연구팀이 동원했던 기술력, 신박한 아이디어 등이 모두 혁신의 밑거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프로젝트에서 배워야 할 혁신의 특징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목표 의식이 혁신의 동력이다.

 


주종필 Design Innovator. 11번가 근무

Reference

TED https://www.ted.com/talks/katie_bouman_what_does_a_black_hole_look_like/transcript?language=ko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0

http://scent.ndsl.kr/site/main/archive/article/%EA%B0%80%EC%9E%A5-%EA%B9%8A%EA%B3%A0-%EC%96%B4%EB%91%90%EC%9A%B4-%EB%B8%94%EB%9E%99%ED%99%80-%EC%9D%B8%EB%A5%98-%EC%95%9E%EC%97%90-%EA%B7%B8-%EB%AA%A8%EC%8A%B5%EC%9D%84-%EB%93%9C%EB%9F%AC%EB%82%B4%EB%8B%A4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7269

http://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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