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에 반전, 담배광고 메시지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에 반전, 담배광고 메시지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6.0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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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인가 영국의 어느 유명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의무적으로 바깥에 나와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시간이 있었단다. 흡연이 몸의 나쁜 기운을 빼내고 정화시킨다고 하여, 운동 시간처럼 따로 의무 흡연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조선에 담배가 도래한 게 대체로 임진왜란 때로 보고, 1600년대 초부터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초기 조선에서도 담배는 건강 약품과 기호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병든 사람이 피우면 좋다’, ‘술을 깨게 한다’,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등의 소문과 함께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식후연초 불로장생’과 같은 지금도 농담조로 나오는 말도 이때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보다 더 진한 담배를 어릴 때부터 피워대면 당연히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흡연의 좋고 나쁨을 두고 조선 후기에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성호사설>로 유명한 성호 이익이 흡연의 이로운 점을 5 가지, 해로운 점을 10가지로 정리했다고 한다. 흡연으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양에서도 대체로 신체 건강에는 이롭지 않으나, 정신 건강에 좋다는 점을 조명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미국에서는 1차 대전 참전 용사들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담배를 적극 활용했다.

담배 커뮤니케이션의 반전은 여권 신장과 함께 왔다. 남성과 대등한 권리를 누리는 존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담배 피우는 여성이 나타났다. 흥분된 광기의 ‘roaring 20s’, 미국의 1920년대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흡연이 늘어나고, 192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유명 대학교에서 여성들의 교내 흡연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27년에 체스터필드 담배는 여성을 전면에 부각시킨 담배 광고를 집행했다. 여성이 흡연하는 남성을 애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한다. “Blow some my way.” “내 쪽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 주세요.” 현 시대에 말이 많은 간접흡연을 이 시대의 여성은 애타게 간구한다는 메시지가 놀랍다. 이어 1929년에 럭키스트라이크는 “단 것 말고 럭키를 피우세요”라는 카피의 광고를 내세웠다. 이때 이미 다이어트가 여성들의 관심 항목이었으며. 담배는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려 하였다. 군것질을 대신하는 습관으로 흡연도 식후연초 만큼이나 질기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오래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담배는 이런 광고를 통하여 건강 효능을 떠나서 멋지게 보이는 소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체스터필드 광고는 유명 스포츠 스타라면 꼭 거쳐야 할 코스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앞으로도 결코 깨지지 않을 기록을 선정할 때면 꼭 1, 2위로 꼽히는 56경기 연속 안타와 4할대 타율의 주인공이었던 조 디마지오와 테드 윌리엄스도 모두 당대의 다른 걸출한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함께 체스터필드 담배 광고 모델로 나섰다.

1950, 1960년대의 미국 광고계 이야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매드맨(Madmen)>의 1회를 기억하시는가. “It’s toasted(구웠습니다)”라는 태그라인을 내놓으며 절대절명의 순간에 주인공은 럭키스트라이크 광고주를 자리에 앉힌다. 어느 담배나 모두 굽는 처리를 한다는 광고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Everybody else's tobacco is poisonous. Lucky Strikes is toasted.(다른 담배들은 모두 해롭지요. 럭키스트라이크는 구웠습니다.)” 먼저 치고 나가서 경쟁자들은 마치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반전이다. 그런데 진짜 반전이 있다. “It’s toasted”는 럭키스트라이크에서 1917년에 이미 슬로건으로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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