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칼럼] 협찬은 광고인가?

[원칼럼] 협찬은 광고인가?

  • 이시훈
  • 승인 2019.06.1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 셔터스톡
이미지 셔터스톡

지난 6월 7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광고학회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협찬의 개념과 범위의 재정립”. 최근 참여한 세미나중 가장 격렬하게 토론이 붙었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발표와 토론을 이끌어야 하는 사회자의 입장이라 못 다한 이야기를 본 칼럼을 통해서 풀어보고자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협찬이 광고인가?’라는 질문이 느닷없게 다가오겠지만, 지난해 12월 제정된 정부광고법의 시행으로 한국언론재단이 정부 및 공공기관의 협찬을 대행해야 할 것인가는 업계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협찬은 주로 방송사나 외주제작사가 협찬주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정부광고법의 적용 대상을 협찬까지 확대하면 언론재단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커미션이든 피이든 관계없이) 결국 콘텐츠 제작비용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방송업계에서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7일 세미나에서 발표한 교수님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디어 산업의 경쟁 심화로 한정된 재원을 놓고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발생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협찬이다. 협찬은 법적, 제도적 미비와 운영상의 문제로 양성화 또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양성화는 미디어렙을 통한 판매, 법제화는 간접광고와 협찬을 포함하여 프로그램 내 광고의 신설이다. 다수의 토론자가 광고의 개념 속에 협찬을 포함시키는 것을 찬성하였으나, 방송통신위원회와 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는 법리적 모순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협찬은 광고주들이 광고와 같은 비용항목에서 지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미국 교과서에서도 후원(sponsorship)이 광고의 종류중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협찬은 광고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협찬은 광고가 아니다. 미국 교과서의 후원은 스포츠행사, 문화행사 등의 지원을 의미하지, 프로그램 제작 지원과 같은 협찬의 개념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와 같은 법체계에서는 협찬을 광고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협찬이 광고라면 방송법(제 74조)에 협찬고지 규정이 별도로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협찬이 광고가 아닌 또 다른 이유는 직접적인 콘텐츠 제작에 쓰인다는 점이다. 즉 제작비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부에서 조달한 제작비이다. 일반적인 캠페인에서 제작비는 매체비와 별개로 인정한다. 매체비가 광고예산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협찬의 특수성은 제작비를 매체사에 준다는 점이다. 매체사가 받았다고 해서 모두 매체비(광고)가 아니며, 제작비 성격이 훨씬 강하다.

협찬은 광고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매체사에 지원이 된다. 즉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물품, 장소, 용역 등을 포괄한다. 이는 미디어렙이 판매할 수는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현금 지원성 협찬만 광고로 한정하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럼 현금을 직접 주지 않고 물품으로 사주거나 특정 배우의 출연료를 대신 부담하거나 장소 대여료를 대납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제가 생기면 그것을 피해가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을 막기 위해 다시 규제의 망이 촘촘해지고 산업 환경은 숨쉬기 어려운 공간이 된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공정경쟁을 해치거나 불법과 부당한 행위 시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협찬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과 그것을 개선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것과 협찬을 광고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따로 개선책을 마련해서 시행하면 그만이다. 또 협찬을 광고로 보고 제도화 한다고 해서 각박한 미디어 환경에서 협찬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제작비용 감소와 같이 새로운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까지 생각하면 그대로 두는 편이 더 낫다. 탈규제의 시대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2019년 6월 현재 ‘협찬은 광고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