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당신의 병을 막는 것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당신의 병을 막는 것

  • 김시래
  • 승인 2019.06.1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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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5일 코엑스에선 곤충을 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축제와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40여개 기업체에서 개발한 100여종의 식품이 선보였다. 곤충으로 만든 도넛이나 쿠키, 파스타를 시식하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곤충식품은 지구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핀란드 제과회사 파쩨르(Fazer)가 귀뚜라미를 갈아 빵을 만든 것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보냈다. 곤충식품이 우리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과 식탁의 영양공급원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곤충 사육 농가가 3년새 7배가 증가했고 곤충 식품산업는 10년새 10배나 성장했다.

점심 메뉴는 불고기였다. 곤충식품이 빠진 것은 아쉬웠다. 모범을 보여야 했다는 뜻이 아니다. 개구리 뒷다리와 메뚜기를 구워 먹으며 자란 내 유년 시절 때문이다. 번데기는 돈이 없어 구경만 한 적도 있었다.  

맞은 편에서 함께 식사한 농촌진흥청 김경규 청장은 “음식은 건강도 그렇지만 노후의 질병 예방에 필연적입니다. 그러니 건강한 먹거리는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며 차분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수긍이 갔다. 불룩한 아랫배를 내려다보다 “정신노동의 시대이고 싱글족이 늘어나니 탄수화물의 소비량은 줄어들 것이고 이런 숨어있는 영양 공급원이 개발되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요”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다 문득 옅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작년에 “밥이 답이다”를 외치며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의 “쌀소비 촉진캠페인”을 진두지휘한 내가 할 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게도 변명은 있다.  

광고는 시대에 맞게 제품을 드러내는 기술이다. 그러다보니 세월에 따라 모순처럼 보이는 삶을 살 때도 있다.  

삼성생명의 광고에 “긴 인생 아름답도록”이란 슬로건을 사용한 적이 있다. 보험이란 전 인생을 대비한 상품이니 작은 보험 회사들이 주장하는 소소한 혜택에 매달리지 말고 큰 회사의 안전성을 따르라는 메시지다. 그러다가 몇 년 뒤 한화생명을 맡게 되었다. 규모가 작은 한화생명이 삼성생명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때 회자되고 있던 법정스님의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에서 답을 구했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의 철학을 반영한 “오늘이 인생이다”라는 광고 캠페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어찌 광고뿐이랴. 때와 장소를 가려 사리를 분별하고 행동을 정하는 것은 슬기로운 삶의 태도다.  

수명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곤란하다. 나만 해도 십수 년째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위염을 달고 산다. 늘 같은 진단 결과다. 병이 무서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년 건강검진의 대열에 선다. 의사의 권고는 듣지 않으면서 혹시 닥칠 불행이 무서워 하루 한 웅큼의 약을 먹고 있다. 아뿔싸, 이거야말로 모순이다. 병을 예방하는 건강한 음식이 아니라 약물을 끼니처럼 먹고 산 것이다. 곤충식품의 전시장을 돌아 나오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노후 대책을 위해 식습관을 바꾼다면 큰 연금 하나가 대수랴! 이제야말로 슬기로운 삶의 태도를 찾으리라. 병을 막는 것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다. 위대한 진리는 늘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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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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