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댓글이 만드는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댓글이 만드는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6.17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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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25살 남자입니다.”

이런 나레이션과 함께 대학가의 좁은 그러나 평범한 자취방에서 시작하는 동영상이 작년에 화제가 되었다. 20대를 위한, 그리고 그들을 위한 마케팅 및 각종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대학내일’에서 만든 동영상 중에 대학생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사실 처음 나레이션에 있는 단어처럼 이 동영상은 평범 그 자체이다. 전형적인 대학가 자취방의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면, 연립주택 같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역시나 흔히 볼 수 있는 대학 주변의 학생들 주거지가 나온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계속 된다.

“현재는 4학년 재학 중이고요,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전역하고 자취하고 있고요, 학교는 걸어서 10분, 15분 정도.“

군대 전역 후 복학했는데, 현역 학생들과 어울리기가 어색하다고 한다. 군대 가기 전에 복학생들을 보고는 ‘저 나이까지 졸업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고 있나’라고 했는데, 자신이 그런 늙은 학생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복학생들끼리만 주로 모여서 얘기를 나눈다. ‘미래 얘기, 취업 얘기’. 그런데 당연히 나누는 그런 얘기들의 끝은 ‘푸념’이 된다. 그리고 푸념 끝에 남은 부서진 햇빛 조작들에 쫓기는 모습으로 각자 자기 일을 하러 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반전을 이루는 댓글이 나왔다.

‘25살 4학년이면 고3현역입학 전역하고칼복학 칼졸업인데...4학년 25살이 왜아직학교있냐고묻는거는 여학생들한테 해당되는건데’ - 0000

짠해보이지만 남자가 25살에 4학년이면 가장 빠른 루트..노재수 노휴학 군대 딱2년만 휴학하고 갔다와야 25살 4학년이라는거.. - ㅇㅇㅇㅇ

어렸을 때는 고기를 엄청 좋아했지만, 이제 고기도 마음 놓고 먹기 힘들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더 이상 부모님께 마냥 손을 벌릴 수 없다며 편의점으로 먹을거리를 사러 들어간다. 라면 매대 앞에서 비치된 라면들을 쭉 훑어본다. 중국 음식과 믹스한 라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짜장면에서 나왔다는 ‘짜왕’, 우동의 ‘너구리’, ‘오징어짬뽕’ 등등을 지나야 우리가 아는 보통의 ‘신라면’, ‘삼양라면’, ‘진라면’ 등이 나온다. 진라면을 집는 손동작에 이어 바로 작은 소반에 냄비 받침으로 책을 놓고 삼각김밥과 함께 라면을 먹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런데 제작진도 생각하지 못한 댓글들이 쏟아졌다.

먹고 싶은 거 있어도 못먹고 라면도 개중에서 제일 싼 진라면 같은 것을 고르고 하는거 하나하나가 공감이다... - 박ㅇㅇ

'디자이너 되는 법'책을 라면 받침대로 쓰는 거 너무 마음이 아프다.. -산디과

특히 라면을 고르는 장면에서 미세하게 주저하는 주인공의 손동작까지도 놓치지 않고 집어낸 이들이 많았다. 이런 댓글들이 제작진도 의도하지 않은 반전을 만들고, 대댓글들이 이 동영상을 화제작으로 올렸다. 공동제작으로 완성한 소소한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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