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의 그림읽기] 그들이 닮은 듯 다른 이유는?

[이미혜의 그림읽기] 그들이 닮은 듯 다른 이유는?

  • 이미혜
  • 승인 2019.06.21 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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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3가지 그림을 모두 알고 계시나요?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는 어느 그림과 더 비슷한가요

출처 : 이미혜의 그림읽기 [1] SSG 광고
출처 이미혜의 그림읽기 [2] 에드워드 호퍼
출처 이미혜의 그림읽기 [3] 데이비드 호크니

한 쌍의 남녀가 있는 실내 공간을 묘사한 세 개의 이미지가 있다.  ssg 광고 이미지는 호퍼의 그림을 참조해서 만든 것이다. 등장인물의 옷차림, 남자가 신문을 읽고 있는 것, 여자가 돌아서 있는 것이 비슷하다.  호크니의 그림은 구도가 좀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마주 보는 위치에 있지만 시선은 관객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말한다면 ssg 광고는 호퍼보다 호크니를 더 닮아 있다.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호퍼(Edword Hopper)의 리얼리즘은 우울하다. 두 남녀는 가까이 있지만 한없이 고립되어 있다. 남자는 신문에 눈길을 주고, 여자는 무료하게 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건드리고 있다. 어떤 목적 있는 행위라기보다 서로 주고받을 말이나 교류할 감정이 없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비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호크니(David Hockney)의 팝아트는 경쾌하다. 호크니의 부유한 친구인 클라크 부부(남편인 오시 클라크는 패션 디자이너이고, 부인인 셀리아 버트웰은 섬유 디자이너다)는 밝고 호사스런 아파트에서 세련된 소품들로 둘러싸여 있다. 무릎 위의 고양이는 눈처럼 하얗고, 발코니를 향해 열린 창으로는 햇빛이 환히 쏟아져 들어온다.

소비를 권장하고 있는 ssg 광고는 호퍼의 그림을 참조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침울한 분위기까지 닮을 수는 없는 일. 침울함을 걷어내고 반들반들 광채가 나는 분위기를 부여하는 순간 호크니와 비슷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 이미지 설명 [위에서 아래로 번호순]

1. ssg 광고

2.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뉴욕의 방」, 1932년  (셸던 미술관, 네브라스카 링컨 대학)

3.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클라크 부부와 퍼시」, 1970년~1971년   (테이트 브리튼)

 

<필자소개> 이미혜 : 예술사학자이자 저술가

https://www.facebook.com/lectrice619/ ('이미혜의 그림읽기" 로 클릭해 보세요)

「이미지의 시대」, 「예술의 사회경제사」, 「사랑의 예술사」 등을 저술했음

 

***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David Hockney 전시가 8월 4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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