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칼럼] 지상파 방송사를 위한 긴급 처방

[원칼럼] 지상파 방송사를 위한 긴급 처방

  • 이시훈
  • 승인 2019.06.27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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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1년 2조 4천억 원 규모였던 지상파 방송사(TV)의 광고매출이 작년에는 1조 4천억 원대로 7년 만에 광고수입이 1조원 줄었다. 올해에도 역성장이 예상되고 1조원이 붕괴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필자가 광고공사에 입사했던 1994년에는 방송광고를 하겠다는 광고주들의 돈이 줄을 서 있었다. 돈을 주고도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걸기가 어려웠다.

지상파 방송광고가 줄었지만, 케이블 TV와 IPTV의 광고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래서 전체 방송광고 시장은 그 규모가 줄지는 않고 있다. 제일기획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0.2% 미미하게 성장한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광고(TV, 라디오)가 국내 방송광고 시장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광고의 약세 극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광고유형 규제, 광고시간 규제, 광고내용 규제 등 규제의 삼각 편대가 시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제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Addressable TV 광고의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의약품 광고의 허용이다. 전자는 방송사와 플랫폼 사업자의 협업으로 가능하고 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광고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콘텐츠의 경쟁력 상실과 시청자 수의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디지털 방송 시대에 광고는 여전히 아날로그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타깃화된 청중에게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지금의 방송광고 판매방식은 프로그램 단위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Addressable TV 광고는 프로그램 단위가 아닌 시청자 단위의 광고판매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광고 판매 방식인 것이다.

잠재력도 크다. 미국의 경우 전체 TV 보유 가구의 54%에 Addressable TV 광고가 도달할 수 있으며, 2018년 약 21억 달러의 광고비 규모를 보이고 있다. IPTV와 디지털 케이블, 디지털 위성방송 등 디지털 TV 가구의 비율이 높은 국내 방송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더 큰 편이다. 지상파 방송 도입시 문제는 직접 수신 가구가 적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방송 플랫폼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이다. 현재 전문의약품은 백신을 제외하고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나 전문지에만 광고를 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전문의약품의 무분별한 정보가 제공될 경우 오히려 치료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규제의 이유이다. 그런데 일반인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의약품 정보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운 현대 사회에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전문의약품이라 광고를 해도 일반인이 오남용할 가능성도 없다. 반도체에 이어서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 미래의 먹거리라면 관련 산업의 규제도 함께 풀어주어야 한다.

광고판매 방식의 디지털화와 전문의약품 광고의 허용은 지상파 방송만을 위한 혜택이 아니다. 그래서 도입의 저항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광고매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체 간 방해를 안했으면 한다. 방송과 신문,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좋은데, 적대적 관계로 남의 매체 광고제도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신의 매체 광고가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발 타 매체의 변화와 혁신을 독점 또는 특혜라는 이름으로 방해하지 말자.

광고보다 더 큰 영역도 함께 손봐야 한다. KBS는 수신료 중심으로 재원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MBC는 인력 구조의 개선과 간판 프로그램을 재구성해야 한다. ‘뉴스 데스크’와 ‘무한도전’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들어야 한다. SBS는 지금 노사가 대립할 상황이 아니다. 노조가 임명동의제라는 칼을 두고 검찰 고발에 나선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장외 싸움이 되는 순간, 대화와 타협, 협의와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게 어려운 조건이 된다. 검찰 고발을 취하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갈등을 관리하기를 바란다.

광고 상품구성과 판매방식의 디지털 전환, 전문의약품 광고의 허용, 각 사별 자구 노력이 어우러질 때, 지금에 처한 위기 사항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긴급 처방이 안 듣는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수술대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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