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Tech] 초연결 시대가 요구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AD & Tech] 초연결 시대가 요구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 주종필
  • 승인 2019.07.02 08:4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와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는 어떻게 다를까? 다른 말로 하면, 어떤 단어가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될까?

고객이 상품 또는 서비스로부터 직접 취하는 편익과 구매과정 상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단계에서 겪게 되는 즐거움 또는 불쾌함 등 직접적인 것과 특별한 이유를 말하기 어렵지만 대상 상품에 대해 가지는 호불호와 같은 간접적인 것을 포함한 제품 전반에 대한 것을 고객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경험은 고객 경험과 유사하지만, 제품이 표상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Brand Identity)에 집중한다. '벤틀리'에 대한 선망은 직접 매장에 가서 자동차를 살펴보고 구매에 대한 상담 과정 등 실질적 구매 경험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생기는데 이는 브랜드 경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비지니스 현장에서 고객경험의 개념은 많은 경우 보다 좁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특히 eCommerce에서 뚜렷하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자고 하면, 검색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든가, 결제 단계가 복잡하지 않도록 간편결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으로 구체화된다. 즉, 고객의 구매 과정 (Buying Journey) 각 단계에서 사업자가 제공하는 온라인(Online-Web/Mobile) 접점 (Touch point)에서 고객이 가지게 되는 구체적인 경험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통상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고객경험이 축적되면 고객에게 서서히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가 명확해지고 독특한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하게 된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는 고객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를 하고 있지만, 브랜드 경험을 아우르는 전략적 행동으로는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이 SNS 채널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는지를 살펴보면 브랜드 경험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쿠팡, 위메프 및 티몬이 취하는 판매중심(Sales-Oriented)적 접근이고 또 하나는 11번가와 지마켓으로 묶이는 브랜드중심(Brand-Oriented)적 방향이다.

브랜드중심적 접근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장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 대표 주자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중심의 특징은 고객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크다. 당장의 판매 증대나 수익 개선에 우선하여 궁극적으로 나의 편이 되어줄 팬(Fan)을 만드는데 큰 방점을 두고 있다.

배민은 인스타그램에서 지속적으로 고객과 어울림(Engagement)를 높이기 위해 '주말에 같이 놀 친구 소환' 놀이나 '초성으로 보는 먹을 복' 등의 이벤트를 기획한다. 물론 기저에 깔린 구매 트리거(Trigger)가 눈에 띄긴 하지만, 그것은 배민의 사업적 본성이기에 당연해 보인다.

반면, 판매중심에 속한 사업자들은 모든 고객 접점에서 판매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초집중한다. 쿠폰을 붙이고, 기존 판매가 대비 얼마나 저렴한지를 강조한다. 쿠팡 등의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광고판을 방불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면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에 비해서 11번가와 지마켓은 판매중심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중심으로의 이행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 방법에 우열을 따지기 보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판매중심적 접근보다 브랜드 중심적 접근으로 인한 성공의 열매는 매우 달고 오래동안 지속되지만, 그 실행 과정이 매우 힘들고 시간적 인내를 요구한다는 점이 어렵다.

또한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2014년, 필자는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카페, 식당, 편의점(Grocery) 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어떻게 판매홍보를 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리서치를 한 적이 있다.

방문 조사했던 많은 상점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 관리에 탁월했던 곳이 있는데, 시애틀에 위치한 'Eltana' (엘타나)라는 베이글 가게이다. 나무를 태워 베이글 굽는 캐나다 방식을 도입하여 유태인 문화 (Jewish Culture)라는 주제로 매장을 꾸민 곳이다. 인근에 고등학교가 있어 젊은 고객층도 많았지만,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일반 가정이 주요 타켓이다.

Eltana가 시행하고 있던 많은 이색적인 이벤트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은 단골 손님에게 가게 명함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명함의 오른쪽에는 매장 로고가 왼쪽에는 단골의 이름이 들어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비즈니스 명함 (Business Card)를 만들어 준다. 단골고객이 지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명함을 뿌리면, 그 명함을 들고 매장을 방문하여 베이글을 구매할 때 제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골을 통해서 새로운 고객을 모으는 전형적인 MGM (Members Get Members) 마케팅 기법이다.

고객의 반응이 재미있는데, 한 번도 회사에서 근무해 본 적이 없는 가정주부는 자신의 명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해하고, 자신의 명함을 통해서 지인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단골을 팬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Eltana의 명함 캠페인과 유사한  'ㅇㅇ이 쏜다'라는 프로모션을 배달의 민족(이후 배민)이 추진하면서 크게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런데 배민의 기획의도와 달리 고객의 차가운 반응으로 결국 배민은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사건의 발단은 SNS를 통해 해당 캠페인의 입소문 효과를 증폭하기 위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에게 장당 1만원짜리 쿠폰명함을 제공한 것에 기인한다.  

이런 모습에 기존 고객들은 열심히 배민을 이용하여 VIP 자격을 가지게 된 고객은 고작 한 달에 2천원 쿠폰(‘배달의 민족’ 1천원 쿠폰과 배민라이더스 1천원 쿠폰)을 받는데 그다지 배민을 이용하지도 않을 것 같은 일부 연예인들에게 일시에 100만원에 해당하는 혜택을 지급하는것에 분노한 것이다. 

눈부신 마케팅 역사를 쓰고 있는 배민이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된 것일까?

우선은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노력 정당화 효과' (Effort Justification Effect)를 간과한 점을 들수 있다. 노력 정당화 효과란 자신이 겪은 고통이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일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치있게 여기거나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배민의 VIP 고객은 꾸준하게 배민을 이용하고 오랜동안 배민에 관심을 기울여 왔기에 VIP 자격이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간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매달 2천원의 쿠폰 혜택도 작지만 의미 있는 혜택으로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배민 사랑에 비해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오히려 배민을 쓸 것 같지도 않은 연예인들에게 그들이 받은 혜택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큰 쿠폰을 줘 버리니 그로 인한 공허감과 허탈함은 심히 컸다.

장기간 섬세하게 쌓아올린 브랜드 경험이라는 자산이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쏜다 마케팅의 초기 기획 의도는 '쿠폰명함'을 받은 사람은 배민의 (명예)직원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혜택을 나눠주라는 지극히 Eltana의 사례와 동일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쿠폰명함'에서 '명함'에 깃든 마케팅적 의도는 고객의 인지에는 하나도 남지 않고, 쿠폰이 가지는 커머스에서의 전형적인 부정적 이미지만 남게 되었다. (관련 기사만 봐도 쿠폰명함이라고 쓰지 않고 쿠폰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5년 동안 지속해 온 캠페인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감안하면 그 동안 공들여서 진행해왔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마케팅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 오판의 불씨가 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이런 현상은 단지 배민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갈등 상황으로 나타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경험, 브랜드 인지 등에 대해서 "그 돈으로 쿠폰을 뿌렸으면 판매라도 증가하지' 라는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마케팅 결여 마인드'로 뒷통수를 맞거나 엇박자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마케터에게 고객은 감정과 성격을 가진 구체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종종 집단적이고 추상적인 숫자로서 다가올 때가 많다.

이번 캠페인에 있어서도 제공되는 혜택도 크고,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플루언서를 택한 것은 매우 합리적 판단으로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다만, 그 옆에서 배민 로고가 프린트 된 셔츠를 입고 있는 단골이 화난 얼굴로 레이저 눈빛을 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뿐이다.

최근 불거진 임블리 사건은 (임블리 브랜드로 판매한 호박즙에 곰팡이가 나왔다는 고객의 불만에 대해 임블리는 소극적 자세로 대처하면서 소비자 외면을 받은 SNS 판매 사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간 소통과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ivity)에서 초단기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속도로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순간에 흥하고 망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 보다 좀 더 실질적인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브랜드 경험이다.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어서 그 기업에서 구매한 물건은 믿을 수 있을 뿐더러 모든 면에서 건전한 기업이며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 준다는 인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당장의 경영지표를 개선하는 엄중한 순간에 놓여 있지만, 100년 대개를 말하지 않고 단지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라도 브랜드 경험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종필 Design Innovator. 11번가 근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싸싸 2019-07-03 22:44:59
좋은글이네요 배우고 갑니다

미즈마케터 2019-07-02 10:56:49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