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1911년: 한국 최초의 다방 개업!

[신인섭 칼럼] 1911년: 한국 최초의 다방 개업!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7.03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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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광고부터 보자.

한글과 한문 두 가지 광고 중 글 광고를 읽기 쉽게 옮겨 본다.

한 번 구경하시오.

본 다옥(茶屋)에서 동서양 각종 과자와

모과수와 전복과 소라와

아이쓰크림과 사이다 각종 차도 구비하옵고

처소도 정결하오니 여러 신사와 부인은

찾아 오시면 편리토록 수응(酬應)하겠사오니

한 번 시험하심을 천만 바라나이다.

종로 어물전 7방

부인다옥

박정애 고백

(1911년 6월 7일 매일신보 광고)

다옥이란 다방이다. 요새 커피숍이다.

108년 전 서울 종로에 다방이 생겼으니 놀랄 일이다.

게다가 주인은 여성이다.

여염집 여성이 바깥 나들이할 때 몸종 데리고 얼굴 가리고 다니던 시대이다. “내외“라는 말이 있듯이 외간 남자와는 얼굴을 대하지 않던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여러 신사와 부인”에게 찾아 오라고 했으니...

수응이란 말은 이제 쓰지 않는 말이지만 요청에 따른다는 뜻이고 “모신다”는 뜻이다.

놀라운 일이다.

메뉴가 다양하다. 동서양 각종 과자, 모과수, 전복과 소라가 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아이쓰크림이라 썼다)과 사이다, 각종 차가 있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아이스크림 보관하기 힘들었을 터인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시험하심”을 “천만 바라나이다“ 로 끝맺었다.

장소는 종로 어물전이니 어물을 팔던 상점가이다. 조선조만 해도 육의전이 있어 판매하는 물건 종류에 따라 종로 5-6가 주변을 6가지 장소로 나누던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한글 광고가 나간 뒤에, 한문을 섞은 광고를 냈다. 아직 한문은 진서(眞書)라 높이고 한글은 언문(諺文)라 해서 깔보던 시절이었는데 한글 광고를 먼저 냈다. 물론 한문 모르는 여성들 보라는 뜻이었을 수 있지만. 한문 섞인 광고는 뒷부문이 조금 달라 “제신사(諸紳士)와 귀부인(貴婦人)”이라 했다. 아마 이런 표현도 한국 최초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광고란 사회의 거울이라 하지만, 이 광고는 Innovation이요 사회 혁신 선언이었다.

또한 한국 최초의 다방 광고는 남녀평등 선언이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다방 주인 박정애, 그녀는 한국 최초의 여권 운동가였다.

 


신인섭 (전)중앙대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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