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칼럼] 경쟁 프레젠테이션 문제, 광고회사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

2007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지는 광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약 300건으로, 여기에 참여하는 광고회사가 지출하는 비용이 1,000억원에 다다르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한 광고회사 중역의 말에 따르면 광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보통 3-4개사에서 많으면 7-8개사가 참여하는데, 조사비, 제작비, 인건비 등 프레젠테이션 비용이 보통 수천만 원이 들고, 많은 경우 1억 원이 넘게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주에 실패한 회사들은 프레젠테이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므로 광고회사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광고 경기가 나빠진 탓에 경쟁 프레젠테이션 참여가 과열화되면서 출혈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의 문제로는 프레젠테이션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서 리젝션 피 지급 문제, 광고회사 선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 탈락업체의 아이디어 도용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작년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광고업계의 리젝션 피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 청원에 지지를 보낸 인원이 10,000명을 겨우 넘겼고, 2008년 4월에 ‘기업들의 광고 대행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전수 조사를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단지 4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광고업계의 심각한 현안이 일반 국민이나 정부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경쟁 프레젠테이션 문제는 광고주가 아니라 광고회사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광고주야 많은 광고회사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받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광고회사들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만 시켜달라고 로비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광고회사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개별 광고회사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광고산업협회와 같은 조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항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말레이시아의 광고대행사 협회인 4As 말레이시아(The Association of Accredited Advertising Agents of Malaysia)가 10여년 전부터 실행하고 있는 ‘법에 의한 프레젠테이션 비용 지불 규정(Pitch Disbursement By Law)’을 참고할 만하다. 이 규정에 의하면 토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예산이 100,000 링기트(한화 2,800만원 정도)가 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광고주는 각 과제당 프레젠테이션 비용 10,000 링기트(280만원 정도)를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는 각각의 대행사에 지불해야 한다. (4As 말레이시아 사무국은 수주에 성공한 광고회사의 프레젠테이션 비용은 100% 광고주에게 돌려주고 수주한 광고회사로부터 10%를 수수료로 받으며, 탈락한 광고회사에게는 수수료 10%를 떼고 프레젠테이션 비용 90%를 지급한다.)

여기서 규정한 프레젠테이션 비용 10,000 링기트(280만원 정도)는 실제 들어간 비용을 보상 할만큼 충분하지는 않지만, 광고주가 경쟁 프레젠이션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실시하거나 많은 광고회사를 참여시키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규정에 포함된 사항 중 참고할 내용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 참여 회사는 4개를 넘지 않도록 하고, 광고주는 경쟁 프레젠테이션 결과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60일 이내에 발표해야 한다(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최대 90일 이내)는 것 등이 있다.

태국 광고대행사 협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똑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광고계도 광고산업협회가 중심이 되어 우리에게 적합한 리젝션 피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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