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야기] 창업자에게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약인가 독인가?

[스타트업 이야기] 창업자에게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약인가 독인가?

  • 정재호
  • 승인 2019.07.12 1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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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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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twitter)에서 시작된, 역사적인 한-북-미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이 실현되었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능수능란한 비즈니스맨으로서 여론 다루기를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어디까지 나를 보여줘야 하고, 내 업무나 회사와 관련되는 얘기는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Social Media를 통해 PR도 하고, 업계 주요 인사들과 Networking도 한다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최근 며칠 사이, 직접적으로 알거나, 응원하던 사람들이 Social Media에서 예상치 않은 이슈로 곤혹 치르는 경우를 목격했다. 본인이 작정하고 난상 토론하겠다고 미리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회사, 직원, 고객, 파트너,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때, 왜 사이버 세상에서 화를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생활하는 창업자에게, Social Media는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는 창구이기도 하고,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 소통하며, 본인의 근황을 알리기에도 아주 좋은 수단이다. 반면, 창업자는, 특히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나=회사”의 숙명을 가지고 있고, 미디어 상에서 잘 못 비춰진 “나”는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으로서 “나”의 얘기였다는 변명은 착각에 불과하다.

아래는, 회사 대표의 신분이 다 드러난 상황에서 Social Medial를 잘못 활용하는 사례이다. 실제, 대표 개인의 포스팅 이후, 회사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한 일들이다.

미팅 후,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얘기 : 말할 것도 없이, 아마추어다. 지구상에서 평생 다시 안 볼 상대라면 모를까, 거래가 잘 될 리도 없을뿐더러, 좁은 업계에서 잠재적 파트너들도 우리를 멀리하게 된다. 특히, 마음에 안 드는 자기 회사 직원 얘기 올리는 것에서 한숨을 쉬게 된다. 다른 직원이 보고 있다. 또는 대표 험담을 직원들도 올리거나.

힘든 하루 일기 쓰기 : 아마도, 지인들의 응원을 원하는 심리일거다. 그런데, 잦은 투정이라면 어떻게 될까? 인간적이라기 보다는, 멘탈 약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게다가, “병실 Linger 투혼 사진”은 건강관리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후자는, 해당 글을 본 비즈니스 상대방을 만날 때 마다 건강 상황 질문을 받는 필자의 사례이다.

매일 바쁜 출장 기록 : 팬덤있는 연예인도 아닌데, 나의 일거수일투족 동선을 노출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딱히 제품이 잘 나오거나, 회사가 잘 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공항 체크인, 해외 행사 인증샷 주로 올리는 경우도 많다. “like(좋아요!)”와 “파이팅” 댓글 몇 개 얻겠지만, 핵심(제품, 고객 개발)에 집중을 잘 못한다는 오해를 산다.

현수막 걸린 행사, 고위 공무원 방문, 협약서(MOU), 위촉장 사진 : 관(官) 주도의 큰 행사 마다 참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자리를 빛낼 만 하니까 초청을 받는 것인데, 주목받는 만큼 사업이 잘 되는지는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이런 행사들은 사업의 약 1%, 시작에 불과한데, 거절 못하는 행사 참여가 많을수록 준비 시간과 인력이 크게 소모되고, 기대했던 성과는 미미하다. 그 기관이 매출을 크게 내준다면 좋으련만……

정치, 종교, 성(Gender), 기타 사회적 이슈 관련 사항 : 사적 대화에서도 불문율이다. 감수성 떨어진다 싶으면, 아예 머릿 속에서 지우는 게 좋겠다. 대표는, 회사와 무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회색, 중립 유지하면 된다.

“내가 제일 잘나가!” 지나친 자랑 : 제품 잘 나왔고, 고객 반응 좋고, 투자도 받았고, 업계 고수들이 입사했고, 사무실도 멋진 곳으로 옮겼고, 약속했던 전직원 해외 워크샵도 마쳤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한국적인 상황에서, 시기와 질투하는 세력들도 생기더라. 필자도 이런 상황이 싫긴 한데, 수위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필자가 육성하는 극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PR 고민이 많은 대표에게 하는 조언은 간단하다. 회사와 나의 아이덴티티 설정 및 구분이 어려운 시기이고,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보수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특히, 생존을 위한 제품 개발, 고객 만들기에 집중해야 하는 단계임을 감안하면, 고객을 제외한 외부와의 소통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대표 개인과 회사를 알리는 것은, 극단적으로 “1년에 딱 한 번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라고 상정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 제품이 크라우드 펀딩 또는 정식 런칭되었을 때, 첫 투자를 받았을 때, 누가 들어도 박수칠 만 한 최고 행사에서 주목받았을 때, 첫 공개 채용 할 때가 그 타이밍일 것이다.

자신 있게 보여 줄 제품이 출시되고, 이해관계자(직원, 고객, 파트너, 주주)가 생긴 이후, 전문성 갖춘 PR 매니저까지 입사했다면, 이제는 주기적 소통을 권한다. Team Blog에 우리가 하는 일을 담담히 기록하고, Social Media를 통해 알리는 것이 가장 좋다. 개발자는 어떤 고민을 하며 문제해결 하고 있는지(업계 후배들에게 교과서가 된다!), 회사는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채용 기회가 열렸는지, 그간의 좌충우돌 시행착오에서 대표는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말이다. 대표 개인은 Team Blog를 점잖게 본인의 Facebook에 링크하면 된다. 그래도 개인적인 신변잡기 Social Media 생활을 하고 싶으면, 가족이나 매우 친한 지인만 볼 수 있는 계정을 따로 만들기를 권한다.

 


정재호 Company B 파트너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및 고려대 경영대 스타트업연구원의 예비창업팀 육성 교수로 활동 한다. 앞으로 생태계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에 관한 얘기를 정기적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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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미러 2019-07-12 15:28:32
Do’s and Don’t 리스트로 꼭 창업자 들이 알아야 할 리스트네요...다음에는 긍정적인 활용법도 한번 해주시면 좋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