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s thought] 키이스 라인하드 이야기 5 미쉐린 타이어 어카운트

[Kh's thought] 키이스 라인하드 이야기 5 미쉐린 타이어 어카운트

  • 한기훈 대기자
  • 승인 2019.07.18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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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B는 Doyle Dane Bernbach 시절이던 1985년에 미쉐린 타이어 미국지역 광고 대행을 확보했다. 프랑스 브랜드인 미쉐린은 유럽에서는 압도적인 지위의 브랜드였지만 미국에는 세계시장 점유 1위의 굿이어 타이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럭셔리 제품이라면 미국 소비자에게 프랑스 브랜드가 어필 될 수 있었겠지만 공산품인 타이어를 갖고 미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가격도 굿이어와 같은 프리미엄 레인지였다.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는 바로 ‘베이비 캠페인’이었다. 자동차 타이어 옆에 돌쟁이 정도 아기가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 보이겠는가? 그러나 이 캠페인에서는 그런 아기를 계속 등장시킨다. 그러면서 유명한 슬로건이 등장했다. <Because so much is riding on your tires>이다. 소중한 생명이 타고 있기에 안전을 생각해서 미쉐린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설득이다. 이 캠페인은 계속 이어지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시장에서 미쉐린타이어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크게 올라갔음은 물론이고 광고 캠페인도 칸을 비롯한 여러 국제광고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미쉐린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나는 이 캠페인을 한국적인 크리에이티브로 새롭게 만들어서 전개했다. 그 이후로 15년 정도를 꾸준히 미쉐린타이어 광고를 대행했었다. 그런데 2001년에 미쉐린 타이어는 DDB를 떠나 TBWA를 새로운 파트너로 정했다.

2002년인가 KOBACO 주최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세미나에 초청받아 내한한 키이스 라인하드 회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왜 미쉐린 어카운트가 떠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미쉐린 미국의 마케팅 책임자와 DDB의 어카운트 책임자 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 분 모두 여성이었는데 미쉐린 마케팅 책임자는 광고대행사 팀과 ‘함께’ 새로운 캠페인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DDB의 어카운트 책임자는 그런 클라이언트를 배제시키면서 상처가 되는 이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결국 클라이언트는 17년의 멋진 관계를 끊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고를 받은 키이스 라인하드 회장은 DDB 뉴욕의 사장에게 즉시 인사 조치할 것을 주문하였는데 뉴욕 사장은 그녀를 해고하지는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인사조치 했다고 한다.

키이스 라인하드는 크리에이터지만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다. 클라이언트의 관여도가 높은 상태에서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만드는 캠페인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가 모욕감을 느낄 정도의 대응이라면 절대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Michelin. Because so much is riding on your tires.> 17년 간의 멋진 파트너십은 그런 인간적 갈등으로 뜻하지 않은 마감을 한 것이다.


한기훈 현 (주)BALC 공동대표, 대홍기획 공채1기로 디디비 코리아 및 이지스 미디어 코리아 대표 역임했음 khhan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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