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의 영어 표현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의 영어 표현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7.22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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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외국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놀 기회가 많았었다. 그들에게 내가 말했던 표현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은 대개 반전의 요소를 담고 있었다. 그 몇 가지를 뽑아봤다.

“We have to make a noise very silently.” (조용히 소음을 만들어내야 해.)

1999년에 제품들마다 제각기 특별한 기준도 없이 ‘Sub-brand'란 명목으로 거의 마구잡이로 제품 브랜드 붙이던 것을 소위 ‘Master brand only'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오로지 기업명에 제품 모델명과 번호만 붙이는 것으로 통일한 적이 있다. 기업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2년이 흘러서 기업 브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고, 특히 그들이 역점을 둔 부문에서의 리더십을 굳히는데 서브 브랜드(Sub-brand)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서브브랜드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책의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저항을 예상하고 조용하게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다. 그리고 서브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떠한 기준과 단계를 따르고 갖추어야 할 요소들도 함께 규정을 했다. 위와 같은 표현을 썼을 때 함께 일을 도모하던 미국 친구가 ‘What a way of talking!'라고 감탄을 하며 자기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다.

“Why did Americans go west?” (왜 미국인들은 서부로 갔나?)

어느 한국 기업의 브랜드전략을 외국계 기업의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있었다. 그 친구들 중의 하나가 한국 역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내게 계속 질문을 해대곤 했다. 광개토대왕에 대해서 특히 흥미를 가졌는데, “왜 광개토대왕은 그렇게 영토를 넓히려 애를 썼냐?”고 질문을 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하나 막막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미국인들도 동부에서만도 충분히 사는데, 서부로 가지 않았던가. 마침 옆에 함께 있던 한국 친구 하나가 “Excellent answer!"라고 박수를 쳤고, 나에게 그 질문을 했던 미국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자기 나라의 옛 일을 반추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Losers are always in a hurry.” (패배자들은 항상 조급하다.)

체코의 가전회사의 CEO 친구에게 한 표현이다. 장충동 족발집에서 두 명의 여성과 함께 홍콩에서 발간되는 잡지에 실린 내 인터뷰 중, 한국의 소위 ‘골드미스(Gold Miss)’라고 불리는 구매력 크고, 소비성향이 강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으로부터 여성과 남성 소비자의 차이를 소재로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소비자를 넘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이야기가 넘어가더니,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벨기에 출신의 그 CEO가 소주 기운이 오른 영향도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남성‘으로서의 신세한탄과 함께 두 명의 여성들에게, ’그래, 남자들은 패배자(Loser)야! 너희 여성들이 항상 승자(Winner)야!“라고 선언인지 결론인지 고백인지가 애매한 발언을 했다. 이후 우리는 그 CEO 친구가 얘기할 때마다 ”그래, 당신은 패배자야“라는 말로 장단을 맞추며 가볍게 놀려댔다. 족발집에서 소주와 함께 한 저녁을 마치고, CEO 친구가 2차를 호텔의 바에서 자신이 내겠다고 해서 왔던 길을 거꾸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발걸음이 유달리 빨랐다. 열 걸음 정도를 앞서서 호텔 현관에 도착하여 기다려 섰다가 너무 빨리 걸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50대 CEO친구에게 말했다. “Losers are always in a hurry.” 그 친구가 “맞다”고 소리치며 박장대소를 하고, 바에 가서 우리는 절대 조급해 하지 말자면서 여유 있게, 어울리지 않지만 몰트 위스키와 와인을 함께 했다.

“Everybody's an underdog to somebody."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언더독이다.)

모회사의 슬로건 작업을 하면서, 괜히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자기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 말고, 약자(Underdog)라는 위상을 최대한 활용하자면서 한 얘기였다. 아무리 크고 강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어느 부분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는 뜻으로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슬로건은 제대로 팔지 못했다. 위의 말에는 동의를 했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언더독을 자처하는 것은 싫었나보다. 사실 그런 것을 이겨내야만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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