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으로 허를 찌르다 : ‘프릳츠’ 브랜드 로고

익숙함으로 허를 찌르다 : ‘프릳츠’ 브랜드 로고

  • 유지영 기자
  • 승인 2019.07.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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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란 포도가 풍작인 해, 최고의 와이너리에서 선별한 가장 좋은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에 붙여주던 라벨을 뜻한다. 어원으로만 따지면 ‘오래된’이라는 뜻보다는 ‘최상품’이라는 뜻과 더 잘 통한다.

이후 빈티지는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오래되어도 가치있는’ 이라는 뜻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빈티지는 ‘옛 것을 본 적이 없는 세대들이 느끼는 힙한 새로움’인 뉴트로의 감성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듯한’ 기시감 또한 불러일으킨다.

빈티지 컨셉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피 로스터리 컴퍼니 ‘프릳츠’의 로고를 살펴보자.

 

프릳츠 로고

프릳츠는 영문 ‘FRITZ’를 한글로 그대로 읽은 것으로,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옛날 한글 받침글자 표기 방식을 따르고 있다. 붉은색과 푸른색만 사용하여 실크스크린 혹은 판화 느낌을 살린 것도 오래된 간판을 떠오르게 만든다. 여기까지였다면 단순히 빈티지를 활용한 옛 디자인의 오마쥬였을 것이다.

그러나 '프릳츠'와 ‘커피’ 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몸을 약간 틀고 손가락도 없는 지느러미로 커피잔을 쥐고 몸을 약간 튼 채 이쪽을 응시하는 물개 한 마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프릳츠’라는 묘한 단어와도, ‘커피’와도, ‘빈티지’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프릳츠 물개는 저 묘한 무표정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듯 유유자적하다.

페이스북에서 투표를 독려하던 프릳츠 물개.

이 물개는 때마다 모습을 달리하여 투표 기간에는 페이스북에서 투표를 독려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에코백에 프린트되어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때로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원두백 로고 위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올라앉아 있기도 한다. 

원두커피 브랜드에서 소비자들은 흔히 ‘최상품’, ‘최고급’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의 익숙함을 깨고 허를 찌른 디자인을 소비자들은 신선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무심한 듯 힙한 감성의 프릳츠 물개는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꿔가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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