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광고 노하우(5): 광고는 클로즈업(Close-ups)의 예술?

영상광고 노하우(5): 광고는 클로즈업(Close-ups)의 예술?

  • 정상수
  • 승인 2019.07.25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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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영화가 아니다. 크게 보여줘야 주목을 끈다

뉴질랜드 남섬에 가서 화장품 광고를 찍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은 로케이션 장소라 해서 갔다. 영하 25도의 날씨 속에 사방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 산에서 열심히 찍어왔다. 모델 권상우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얼굴이 얼기 직전에 잠깐씩 찍었다. 모두 작업결과에 만족했다.

드디어 광고주 시사 날. 15초 광고를 말없이 5번 되돌려 보던 광고주 사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델 얼굴만 빼고 다 잘라버리세요!”

뭐야, 이건? 그럼 거길 왜 갔어? 돈이 얼마 들었는데. 이거 찍다가 나도 얼어죽을 뻔 했는데. 이럴 거면 스튜디오에서 찍지.”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이어지는 그의 논리. “젊은 여성들이 하얀 눈 산을 보고싶겠습니까? 권상우 얼굴 보고싶겠지요.”

분개하며 권상우 얼굴 클로즈업 위주로 다시 편집했고, 제품은 광고 나가자마자 다 팔렸다. 광고 처음하는 이라고 앝잡아보면 곤란하다. 혼자 중얼거렸다. “뭣이 중한디?” 광고는 광고다.

광고에서 즐겨 쓰는 클로즈업 샷
광고에서 즐겨 쓰는 클로즈업 샷(Close-up shot)

영화감독은 장면을 멀리서 찍은 롱샷(Long Shot)을 선호한다. <라이언 킹(The Lion King)>을 찍는다면, 먼저 광활한 사막에서 달리는 사자와 얼룩말 무리를 역동적으로 찍는다. 처음 장면에서 사건이 일어날 장소나 상황을 먼저 설정하기 위해 설정 샷(Establishing Shot)을 먼저 찍는 것이다. 그 다음에 달리는 사자의 얼굴이나 치타의 발을 찍으며 세부묘사로 들어간다. 이것이 영화의 문법이다. 물론 그 반대로 하기도 한다. 첫 장면을 느닷없이 달리는 사자 얼굴의 땀방울 하나에서 시작한다. 다음에 사막을 달리는 롱샷을 보여준다. 감독 마음이다.

영화에서 즐겨 쓰는 롱 샷(Long Shot)
영화에서 즐겨 쓰는 롱 샷(Long Shot)

영상광고도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그렇게 한다. 그런데 15초나 30초 광고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 광고는 자발적으로 보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는 깜깜한 영화관에서 관객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며 보는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는 첫 장면을 무조건 강하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소화기 광고를 찍는다면 첫 장면을 불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라고 했다. 광고는 원래 그렇다. 2초 안에 주목을 끌지 못하면 유통기한 끝난 셈이다.

광고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감상용이지만 영상광고는 판매용이다.

영상광고는 TV로 본다. 아니면 노트북이나 모바일 화면으로 본다. 그래서 화면 크기에 유의해야 한다. 크게 보여주라는 이야기다. 영상광고는 원래 클로즈업(Close-ups)의 매체다. TV 모니터가 아무리 커졌어도 크게 보여줘야 강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광고는 영화와 달리 중간에 잠깐 보는 일도 많다.

물론 영상광고의 모든 장면을 클로즈업으로만 보여줄 수는 없다. ‘강약 중강약없이 강강강으로 가면 아무 리듬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될 때는 클로즈업을 쓰는 편이 낫다. 지나치게 들이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금 스마트폰을 켜고 옆에 있는 사람의 클로즈업 샷을 한 번 찍어보자. 한 장은 마음대로 찍고, 다른 한 장은 카메라가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광고는 클로즈업의 매체다.

정상수(청주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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