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베끼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유지영 기자
  • 승인 2019.08.01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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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에는 ‘마이스터’라는 예술가 인증 제도가 있었다. 실력 있는 예술가인 마이스터의 공방에는 수많은 지망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루 종일 돈도 안되는 허드렛일을 하며 스승의 작품을 베껴야 했다. 그렇게 베끼고 베끼고 베끼고 또 베꼈다. 물론 베끼는 데에서 끝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눈 감고도 스승을 따라할 수 있게 되고, 어느 순간 자기만의 터치를 완성하는 사람도 수 천 명 중 한 명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르네상스의 위대한 예술가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사실 ‘최후의 만찬’이라는 성경의 일화를 주제로 한 흔한 그림이었다. 노래 가사에 맞춰 똑같이 영상을 만들던 옛날 뮤직비디오를 떠올려보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다빈치는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를 예수님의 바로 곁에 두어 아이러니와 긴장감을 창조해냈다. 누구나 다 아는 역사의 한 장면을 기존과 다른 인물 배치를 활용하여 재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움 때문에 그는 위대한 예술가 반열에 오른다.

몇 년 전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 코난 쇼의 오프닝 시퀀스를 중국의 온라인 프로그램인 ‘다팽’ 쇼가 똑같이 베낀 일이 있었다. 쇼의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과 쇼 스탭들은 오프닝 시퀀스를 몰래 갖다 쓴 중국 쇼의 포맷을 다시 한 번 더 베껴서 쇼의 한 꼭지를 만들어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코난 쇼와 다펭 쇼 사이에 농담처럼 사과 방송이 오갔다. 

“다펭, 사과 안하셔도 됩니다. 오프닝, 그대로 사용하셔도 괜찮아요… 저희를 베껴 주셔서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선물 하나 드릴게요.” 코난 쇼의 모션그래픽 디자인팀은 다펭 쇼를 위해 중국판으로 재해석된 코난 쇼의 오프닝 시퀀스를 선물한다. 대인배의 여유다.

얼마 전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들의 저작권 도용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유튜브는 자체 '콘텐츠검증시스템(CID)'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감시하며, 앞으로는 저작권 침해로 3회 경고를 받으면 해당 크리에이터의 계정과 연결된 모든 채널이 해지되고 등록된 동영상도 삭제된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최근 자체 컨텐츠가 아닌 소스를 사용한 한 크리에이터는 유튜브로부터 계정 정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정말 베끼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난 오브라이언 : 코넌 크리스토퍼 오브라이언(Conan Christopher O'Brien, 1963년 4월 18일 ~ )은 미국의 텔레비전 진행자이다. 1993년부터 NBC 레이트나잇쇼를 진행하였고, 2009년 6월 더 투나잇 쇼 호스트였다 2010년 2월 NBC 내부갈등으로 투나잇쇼에서 물러났다. 2010년 11월부터 미국 TBS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코난" 호스트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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