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잘난 90년대의 DNA, 뉴트로 콘텐츠

태생부터 잘난 90년대의 DNA, 뉴트로 콘텐츠

  • 유지영 기자
  • 승인 2019.08.27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만우절, 4000세트 완판. 6월, 개시 30분만에 5000세트가 전량 소진. 8월 23일 자정, 출시되자마자 한정판 물량 2000세트 전량 매진.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한방울잔’에 대한 이야기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한방울잔'은 역사가 깊다. 그렇기 때문에 두꺼비 한방울잔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초대형 소주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초대형 소줏잔을 활용한 배우 박서준 님의 패러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맥주 삼천 씨씨 정도가 들어갈 것 같은 초대형 맥줏잔을 들고 수줍게 '주량은 한 잔'이라고 말하는 가수 노사연 님의 신인 시절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9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 역사에서 전에 없던 호황기였던 80년대의 바톤을 넘겨 받은 90년대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전에 없던 걸출한 명작들이 다수 탄생한 시기였다. 만담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위주였던 코미디 쇼에서 벗어나 ‘콩트 드라마’, ‘시사 토론 코미디’, ‘퀴즈 코미디’와 함께 양심냉장고, 러브하우스 와 같은 ‘공익 코미디’에 이은 ‘교육 코미디’, 다양한 러브 버라이어티 등 재미와 교양을 한 번에 잡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형식의 TV쇼 콘텐츠들이 제작되었다.

 

‘내숭 떨고 자기 세계 속에만 사는 여자’를 살짝 비틀어 희화화한 신인 가수 노사연 씨의 ‘일밤’ 인터뷰 방영분. 대놓고 웃기려고 만든 장면별 반전 아이디어가 번쩍번쩍 빛난다.

 

 노사연님의 인터뷰 원본 영상과 박서준님의 패러디.

 박서준의 패러디를 시작으로, 인터넷에서는 참이슬 한방울잔을 들고 수줍게 주량을 고백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발견되기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대형 소주잔으로 제작되었다는 '참이슬 한방울잔'은 90년대 콘텐츠를 업고 술자리 내숭을 물리치는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훌륭한 콘텐츠의 DNA는 눈 밝은 사람에게 언제든 발견되어 후대로 계속해서 전달된다. 과거의 콘텐츠를 찾아 DNA만 뽑아내어 재가공하는 것 또한 콘텐츠 마케팅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