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과 함께 넘는 '언캐니밸리' 고갯길

'라이온킹'과 함께 넘는 '언캐니밸리' 고갯길

  • 유지영 기자
  • 승인 2019.08.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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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전에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신기술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언캐니밸리’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모든 신기술의 등장에는 이 ‘불쾌한 골짜기’ 시기가 있다.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한 카페 안에서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우루루 영화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스크린 속 열차 환상이 진짜로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려웠던 것이다.

‘세계 최초’ 딱지를 붙인 신기술들이 너도나도 우루루 등장하고 있다. 그 기술들을 과연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또한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인류가 신기술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 기술을 활용하여 양산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정착되기까지는 대체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길고 긴 변화의 시기가 그러했고, 비교적 최근의 사진사와 영화사를 살펴보더라도 그러했다. 변화는 적어도 한 세기 넘게 기다린 뒤에야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3D영상 신기술의 '언캐니밸리'를 극복했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 고개를 넘고 있는 중일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자. 

첫 번째로, 3D실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된 디즈니의 실사 동물영화, ‘라이온킹’이다.   

 

필자는 사실 이 장면을 보면서 스카 아저씨에게 협박당하는 심바가 걱정되었다... 기 보다는 아래의 영상이 떠올랐다. 두 번째로 예를 들 영상은 스눕독의 plizzanet earth이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스눕독이 특유의 입담으로 나레이션해주는 지미 키멀 쇼의 한 꼭지로, 꽤 인기가 있었다. 꼭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이번에는 90년대 한국 예능 쇼 프로그램이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실험 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보여주고 동물이 다음에 할 반응을 사람 패널들이 맞추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노련한 TV쇼 진행자 손범수 아저씨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병아리같이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셋 중 어떤 영상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가? 필자에게는 아직 스눕독의 'plizzanet earth'와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가 더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라이온킹'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어 아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 아니, 아쉽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야말로 '언캐니'하다.  

그렇다면 언캐니밸리를 넘어서기 전까지, 새로운 기술은 언제까지고 활용되기 어려운 것일까?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여드릴 영상은 ‘언캐니밸리’를 본능적으로 본인의 컨텐츠에 활용할 줄 알았던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공연 실황 영상이다. 1분 30초부터 보자.

 

동영상이 순차적으로 끊기는 듯한 마이클잭슨의 퍼포먼스는, 우리가 보는 영상이 사실은 정지된 사진들이 모여 연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임을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사진에서 영상으로의 ‘언캐니밸리’를 반대로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문워크 영상은 사진에서 영상으로의 언캐니밸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디어에 훌륭히 적응한 인류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의 연속사진 발견인 1872년 이후로 100여년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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