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가상실재의 유토피아

[광고와 춤을] 가상실재의 유토피아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9.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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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를 끌거나 광고에 대한 기억력을 높이거나 반대주장의 생성을 억제하는 등 정보처리 과정에 개입하고자 할 때 유머소구는 실용성을 가진다. 그러나 유머광고라는 점 이외에도 오레오 오즈 광고에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오즈맨과 오즈링이란 가상의 캐릭터의 설정이 그것이다. 착각이나 편견 때문에 어떤 것을 두려워하고 순간적인 실수로 체면이 구겨지고 마는 그들 말이다. 과연 오즈맨과 오즈링은 누구인가?

광고는 스포츠와 놀이를 인용하고 ‘위반’이란 새로운 놀이를 구성한다. 오즈트라이크 에피소드에서 오즈맨은 자신의 몸으로 9개의 오즈링을 넘어뜨린다. 오즈맨과 오즈링은 각각 ‘볼링공’, ‘핀’이란 도구의 역할을 대신하며 ‘게임의 규칙’을 위반한다. 이러한 규칙위반은 ‘역할놀이’를 내포한다. 오즈게 깜놀 에피소드에서 오즈링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우유 속 흰색 등지느러미는 ‘생태규칙’을 위반한다. 오즈맨의 백상아리 되기란 규칙위반은 ‘정체성 놀이’를 내포한다. 역할놀이와 정체성놀이를 수행하는 오즈맨과 오즈링은 ‘우리’를 은유한다.

극장용 오레오 오즈 광고의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즈맨과 오즈링은 제품으로 변한다. 가상실재와 실재는 이들의 이중생활을 지시한다. 그러나 가상실재와 실재의 경계는 견고하지 않다. 가상실재는 예고 없이 실재의 경계를 넘는다. 시리얼 봉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리얼 조각들은 집단적인 ‘함성’을 내지른다. 남성 나레이터가 ‘오레오 오즈 레드도 있어요’라고 신제품을 소개하자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오레오 오즈 레드 제품은 반응하듯 움직인다. 통제할 수 없는 소리와 운동은 가상의 실재성을 내포한다. 실재 속으로 침투해 들어와 실재를 변화시키는 가상실재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가상적 캐릭터에서 제품으로 변할 때 사용되는 소리, 침묵과 같은 ‘특수음향’, 오즈맨의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패닝(panning)’촬영기법, ‘오즈트라이크’, ‘오즈게 깜놀’과 같은 말장난은 촬영, 편집문화의 일상성과 ‘시뮬라크르’ 현상을 지시한다.

‘바삭함’과 ‘달콤함’이란 제품의 속성은 독특한 방식으로 번역되고 재해석된다. 이러한 번역과 해석의 과정은 유머를 유발한다. 달콤함이란 맛의 속성은 몸의 형태, 몸의 색깔, 몸의 해프닝이란 ‘몸’의 속성으로 번역된다. 바삭함이란 식감의 속성은 오즈링들이 넘어질 때 내는 경쾌하고 날카로운 특수음향, 공중부양하거나 뜨는 오즈링의 가벼운 무게로 재해석된다.

유머의 진정한 가치는 웃을 수 없을 때조차 웃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측불능, 통제불능의 사건들로 인해 일상의 무력감을 경험할수록 그리고 가공식품의 위해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일상에서 웃음기는 사라진다. 우리를 향해 그리고 오즈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오즈맨은 우리를 가상실재로 초대하고 실재를 견뎌 낼만한 세계로 만든다? 이제부터 삶에서 재미가 실종될 때면 오레오 오즈 시리얼을 ‘꿀잼나게’ 먹기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오레오 오즈는 우리의 일상을 구원해 준다.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한 문제는 성공적으로? 해결된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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