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식이 답이 된다 - 골드위니즘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식이 답이 된다 - 골드위니즘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9.09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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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계를 개척한 제작자 중 하나. 헐리우드 황금시대의 마지막 거물 등으로 불렸던 새무엘 골드윈(Samuel Goldwyn: 1879~1974)이란 인물이 있다. 영화사 이름으로 친숙한 MGM의 중간 G가 그의 이름 ‘Goldwyn’에서 왔다. 70여 편 이상을 제작한 그의 작품으로는 <양키스의 자부심>, <포기와 베스>, <폭풍의 언덕>, <아가씨와 건달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등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골드위니즘(goldwynism)’이란 단어가 사전에 등재까지 되어 있다. 골드위니즘은 ‘언어의 익살스러운 오용(malapropism), 비유의 혼합, 의도적인 문법적 실수’를 담은 표현을 말한다. 새무엘 골드윈이 워낙 그런 말들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들을 뽑아봤다. 각 표현마다 사실 번전의 묘미를 담고 있다.

"It's absolutely impossible, but it has possibilities.“ (그건 절대 불가능이야. 그래도 가능성은 있지.)

영화 소재를 발굴해서 투자자들을 모으는 게 제작자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그런 영화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동의하면서 슬쩍 어리석다는 것을 자처하며 내뱉는 표현으로 어울렸을 법하다. 사실 그는 가능성을 가지고 다른 표현도 썼다. 아마도 골드위니즘으로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표현이다.

"In two words, IMPOSSIBLE.“ (단 두 단어로 말하지. 불-가능.)

여러 조건을 내세우는 투자자나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한 얘기로 추정된다. 두 단어로 간략하게 결론을 내린다고 하면서, ‘불가능’하다며 한 단어로 내질렀다. 아마도 이익 분배 등에서 구두 합의를 한 다음에 지키지 않으면서 한 말일 수도 있다. 실제 그는 구두합의를 많이 해놓고도, 나중에 발뺌하는 소리를 골드위니즘적으로 하기도 했다.

"A verbal contract isn't worth the paper it's written on“ (구두 합의는 그것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어.)

서로 말로써 합의했는데, 무슨 종이가 나온단 말인가. 가치가 없다는 걸 스스로 모순되게, 무식한 티를 내면서 말함으로써 더욱 강조하면서, 상대의 논리적 반박을 차단해버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개그 중의 최고봉은 자학개그라고 하는데, 지식이나 교양이라곤 없는 이로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드러내는 게 어찌 보면 비즈니스에서는 더욱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골드위니즘 표현은 이것이다.

“I don’t think anyone should write their autobiography until after they’re dead.” (죽기 전에 자서전을 쓰는 사람도 있나.)

자신의 생애를 직접 쓰는 게 자서전인데, 보통 죽고 난 후에 다른 사람이 쓰는 전기(biography)로 착각하든지, 둘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이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Will you write an autobiography(자서전을 쓰실 계획은 없습니까)?”란 기자의 질문에, “Not until long after I’m dead(죽고나서 한참 지나면 가능할까)”라고 대답한 게 살짝 바뀌어서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아는 척하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 척, 무식한 척 하는 게 약 이상의 공격적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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