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20세기 영국의 10대 포스터 (하)

[신인섭 칼럼] 20세기 영국의 10대 포스터 (하)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9.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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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이어 영국에서 20세기 100대 옥외광고 작품 가운데 5~10위를 보기로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Economist)는 정평 있는 경제 주간지이다. 헤드라인은 마침표까지 합해서 5개 낱말이다. 번역하면 “저는 이코노미스트 읽은 적 없습니다”라고나 할까. 그리고 작은 글자로 “관리직 후보. 연령 42세“라 했다. 역시 마침표 포함해 여섯 낱말이다. 아마도 전면 광고일 터인데, 메시지라고는 11개 낱말 뿐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그 반대로 ”소소익선(少少益善)“이라고나 할까. 말 수가 적을수록 함축성은 늘어난다. 관리직에 오르겠다는 42세 초로(初老)에 접어든 양반이 이코노미스트 읽은 적이 없다니 딱하다 할 수 밖에 없다. 작품 연도는 1989년.

“임신한 남자“가 제목이며 설명이 필요 없다. 1969년 작품. 영국가족계획협회의 이 포스터는 지금 고전이 되었다. 그러나 50년 전 이 포스터가 나왔을 무렵에는 품위 손상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임신은 여자가 하지만 그 원인 행위는 남자가 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사실이다. 뒤에 영국의 대처 수상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사치의 작품인데 꾸민 없이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광고 전문가들이 “(광고의) 왕중왕”이라 부르기도 하는 3차원 간판이다. 제품은 아랄다이트 (Araldite) 접착제. 오른쪽 구석에 제품명이 있다. 헤드라인은 “이 접착제 찻잔 손잡이도 붙일 수 있습니다.“ 하기야 자동차를 간판에 붙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니, 이 접착제는 공업용에만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할까 싶어 한 말이겠지만.

베네통 광고는 1980년대 세계를 휩쓴 적이 있었다. 한국 신문에 앞을 가린 남자의 벌거벗은 전면광고를 게재한 적도 있을 만큼 대담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신부와 수녀가 입맞추는 베네통의 사진은 교황청에서조차 이야기 거리가 됐으나 문제 삼지는 않았다는 말이 있다. 탯줄이 그대로 있는 신생아. 생명 탄생의 순간을 적라라하게 보여 준 사진이다. 베네통이라는 광고주, 이런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작가, 그리고 이런 광고를 허용하는 사회가 아니고서는 만들기 힘든 광고이다.

노년에 접어든 남녀가 마주 앉아 하는 말이다 - “물론 당신은 알아도 잘못 될 것 없어.” 전하려는 메시지는 포스터 밑의 글에 있는데 “말 조심하세요. 목숨이 오간답니다”이다. 그림에는 빨간 옷 입고 무언가 엎드려서 쓰고 있는 나치스 완장 찬 히틀러의 모습이 있다. 작품 연도는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이듬해이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전쟁이란 선전선동의 걸작을 낳게 마련이다. (이런 일은 서울보다 평양이 훨씬 앞서 있다.)

Hello Boys. 원더브라를 입은 반나체의 여성이 부르는 말이다. 1994년 작품. 원더브라 캠페인에는 20개 포스터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창출한 것은 이 작품. 일반대중은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매체가 체면을 무릅쓰고 앞다투어 다루었다. 저명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를 비롯해 뉴스거리라면 물불 가리지 않은 썬(Sun)에 이르기까지. 헬로우 보이즈(Hello Boys)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뭐라 할까. “사내들아!”라면 가장 가까울까. 혹은 야(野)할까.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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