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지적재산권] 사진 저작물 – 한 장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만, 저작권은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사례로 본 지적재산권] 사진 저작물 – 한 장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만, 저작권은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 윤혜진
  • 승인 2019.09.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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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는 솔섬이라고 불리는 몇몇 섬들이 있는데, 삼척 월천리의 솔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두 사진 중 위의 사진은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2007년 작품이고, 이래 사진은 2010년 대한항공 사진 공모전 수상작인 김성필 작가의 작품입니다. 2013년 마이클 케나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이클 케나는 흑백과 컬러라는 차이가 있을 뿐, 촬영지점과 각도가 같고 나무를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한 부분도 동일하고, 대한한공이 모방작을 광고에 악의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풍경사진으로 누구나 촬영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두 사진 모두 동일한 지점에서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해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전체적인 컨셉이나 느낌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동일한 피사체를 어느 계절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앵글로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고, 두 작품 모두 장노출 기법으로 사용했으나, 마이클 케나의 작품은 솔섬의 정적인 모습을 수묵화와 같이 담담하게 표현한 것에 비해, 대한항공의 사진은 솔섬의 역동적인 모습을 새벽녘 일출직전의 빛과 구름의 모습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양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도 다르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됩니다. 양 작품은 동일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동일한 각도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솔섬은 원래 속섬이었다가, 마이클 케냐가 이 작품을 “pine trees” 시리즈 중 하나로 발표하면서 솔섬이 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고, 김성필 작가도 이 작품을 알고 있었던 만큼 모방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의견은, 실제 솔섬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는 이 지점밖에 없고, 마이클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가 많았고, 자연 경관은 누구나가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삼척 솔섬” 이미지를 검색해봤습니다. 눈으로 덮인 소나무와 물에 비친 솔섬 그림자 등, 작가에 따라 중점을 두고 표현한 아이디어는 다양했습니다. 공통점은 촬영된 지점인데요. 이 지점에서만이 온전히 솔섬을 표현할 수 있고, 이외 지점에서는 이처럼 근사한 사진이 나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뒤쪽 구조물로 인해 경관이 많이 훼손된 상태인데요. 이제는 어디서 촬영해야 솔섬의 아름다움이 전달될지 작가들의 아이디어에 기대봅니다.

타인의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촬영된 사진은 어떨까요? 포토라이브러리 업체가 BE THE REDS 도안의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 도안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델의 사진을 촬영했고, 사진을 판매목적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사진이 이 도안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BE THE REDS 도안의 창작성의 근거는, 응원문화에 대한 상징성 및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형상화하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비록 모델들을 촬영한 것이고, 이 도안은 사진에 부수적으로 포함되었지만, BE THE REDS 도안이 온전히 표현되어 있고, 사진의 중심부에 있어, 이 도안이 표현하고 하는 월드컵의 응원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에 논란이 있지만, 저작권자가 의도한 이미지 등도 고려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를 강화한 셈입니다.

이번에는, 제품사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남부햄이 광고대행사를 통해, 사진작가에게 햄 제품 광고사진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남부햄이 해당 사진을 다른 백화점 광고 카탈로그에 게재하자, 사진작가는 다른 백화점에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면서, 저작권 침해 및 손해배상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솔섬 사건에서와 같이, 일관되게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물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작가의 사진은 “제품사진” 과 “이미지 사진” 으로 구분됩니다. ① 햄 제품을 단순히 우드락이라는 흰 상자 속에 넣고 촬영하여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한 사진은 제품사진이고, ② 햄 제품을 다른 장식물이나 과일, 술병 등과 조화롭게 배치하여 촬영함으로써 제품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진은 이미지 사진입니다. 제품사진은 그 피사체인 햄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진작가의 창작적 노력 내지 개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반면, 이미지 사진에 대하여는 저작물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사진작가는 청구금액 중 5%에도 못 미치는 배상액을 받았을 뿐입니다. 증명사진도 마찬가지고 특수한 촬영기법을 이용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증명사진은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역시 “햄” 이미지를 검색해봤습니다. 위쪽은 제품사진이고, 아래쪽은 이미지 사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촬영하는 것은 복제이므로, 결과물인 사진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가로, 공원, 건축물의 외벽, 그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원에 있는 조각품을 촬영하여 블로그, 잡지 등에 게시하거나, 사진으로 출력하여 소장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조각품을 사진 촬영하여 개방된 장소에 일정기간 전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에는 복제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거리미술제를 위하여 미술전문 서점의 벽면에 대학생들이 벽화를 공동으로 창작하였습니다. 창작한 학생들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던 벽화를, 광고 회사가 저작권자인 학생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광고의 배경화면으로 이용하여 문제가 되었는데요. 법원은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라도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할 수는 없고, 광고를 제작하여 판매할 목적으로 복제하였으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독 사진은 논란거리가 많습니다. 사진은 어문이나 음악과는 달리, 사진 한 장으로도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저작권 문제에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를 것이고, 시대 분위기나 지식의 차이로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고된 만큼, 구글에서 검색되는 사진이라도 일단 저작권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사용해야겠습니다.

 


윤혜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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