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세계를 진동시키는 16세 스웨덴 소녀의 “조용한 울부짖음”

[신인섭 칼럼] 세계를 진동시키는 16세 스웨덴 소녀의 “조용한 울부짖음”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10.0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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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이 보시면 웃거나 꾸지람 들을 말이다. “조용한 울부짖음”이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옳은 말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뉴욕 UN총회 서밋 때 스웨덴의 16세 소녀가연설을 했다. 74회째를 맞은 유엔 총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목은 “How Dare You”인데 딱히 번역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감히 어떻게 (그런 말씀하세요)“였다.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 툰버그라고도 부른다). 중학교 3학년. 그러니 아무리 외쳐 봐야 목소리는 별로 크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연설은 사자의 으르렁거림 보다 컸고 경이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유럽 국가 정치가들이 경청하고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연설이 되었다. 비슷한 연설은 영국 의회에서도 있었다. 영국의 저명한 진보 언론 가디언(Guardian)지는 영국의회에서 한 연설 전문을 게재했다. 그녀의 연설 주제는 의외로 간단했다. 제발 지구 온난화를 막도록 말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UN Climate Summit 2019에서 연설하는 툰베리
UN Climate Summit 2019에서 연설하는 툰베리

툰베리의 연설을 놓고 세계 언론은 3가지, 7가지, 9가지 또는 23 가지 명언(名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했다. 언뜻 초라해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전당이라는 영국 의회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그녀가 한 말 가운데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언제 학교로 돌아가겠느냐에 대해, 영국 의회

여러분 중에 많은 분은 저희들이 수업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걱정을 하십니다. 과학이 제시하는 것을 경청하시고 저희에게 미래를 약속해 주시는 즉시 우리는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녀 세대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시기, 영국 의회

저는 다행스럽게도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큰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하던 때와 장소에 태어났습니다 -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살고 싶은 곳은 어디든 살 수 있다  말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 혹은 그 이상을 가졌습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조부모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무것도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아마 미래란 없게 될는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툰베리. 자료: GREENMATERS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툰베리. 자료: GREENMATERS

기후 변화의 바탕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영국 의회

상상할 수도 없을 만한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미래는 팔려 나갔습니다. 하늘처럼 무한하고 한번 뿐인 이 세상이라는 말을 여러분이 할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도난당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속였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에게 거짓 희망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에게 기대할 미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명언은 가슴에 와 닿는 호소 같은 느낌을 준다.

여러분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껴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기를 당한 것처럼 행동해 주세요.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 주세요.

아마 백미는 툰베리가 영국 의회에서 한 연설의 첫 문장일 것이다.

제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저는 16살입니다. 저는 스웨덴에서 왔습니다. 저는 미래 세대를 위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많은 분들은 우리 말을 듣기 원치 않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 우리는 어린애라고 말씀하시지오. 그러나 저희는 통일된 환경 과학의 메시지를 되풀이해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많은 분들은 우리가 그 소중한 수업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우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과학이 제시하는 것을 경청하시고 미래를 주신다면 즉시 학교로 돌아가겠습니다. 저희 요구가 지나칩니까?

피켓을 들고 있는 툰베리. 자료: wikipedia
피켓을 들고 있는 툰베리. 자료: wikipedia

그레타 툰베리의 조용한 울부짖음이 시작된 것은 작년 8월이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 어린 소녀가 나타났다. 이 소녀가 툰베리였다. Skolstrejk for Klimatet (기후를 위한 학교 스트라이크)라고 쓴 스웨덴 말 피켓을 들고 나왔다. 스웨덴 총선거가 있는 9월 3일부터 이 소녀의 1인 스트라이크는 매주 금요일로 바뀌었다. 소문은 유럽 여러 나라와 세계 각지로 확산했다. 11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상의 공부하라는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가 일어났다. 그 뒤 유럽 여러 나라로 확산했다. 그러자 기후 과학자들이 가세했고 학자들도 들고 일어섰다. 금요일에 시작한 행사라 FridayForFuture란 별명이 붙었다. 12월이 되자 미국, 일본, 캐나다를 포함해 12개국에서 스트라이크가 일어났다. 드디어 금년 2월에는 유럽위원회 위원장이 EU예산 4분의 1을 기후 변화 대책을 위해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3월 15일 기후를 위한 학교 스트라이크 (Skolstrejk fo Klimatet. School Strike for Climate) 행사. (왼쪽부터 헬싱키 국회의사당 앞, 샌프란시스코, 웰링턴, 클리브랜드. 자료: wikipedia)
2019년 3월 15일 기후를 위한 학교 스트라이크 (Skolstrejk fo Klimatet. School Strike for Climate) 행사. (왼쪽부터 헬싱키 국회의사당 앞, 샌프란시스코, 웰링턴, 클리브랜드. 자료: wikipedia)

2019년 3월 19일은 미래를 위한 글로벌 기후 스트라이크 (Global Climate Strike for Future)의 날. 드디어 지난 3월 19일 적어도 세계 100개국 2,000여개 도시에서 140만명의 학생이 이 날 스트라이크에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35개 주에서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뛰어 나왔다. 세계 최대의 몇몇 환경 운동 단체가 지원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FridayForFuture) 웹사이트 리스트에는 세계 100여 국가에서 1,659개의 행사가 올라왔다.

16살 소녀의 가냘픈 호소는 1년 남짓한 사이에 “조용한 울부짖음”이 아니라 온 세상 하늘을 진동하는 우룃소리로 변했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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