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니들이 모험 맛을 알아 ?

[광고와 춤을] 니들이 모험 맛을 알아 ?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10.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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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에서 언제쯤 진정한 봄날이 찾아올지 궁금해 하거나, 어쩌면 한 번 더 있을 지도 모를 찬란한 봄날을 갈망한다. 봄날은 예측 불가함과 야박함이란 속성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 삼성화재 광고는 즐거운 모험의 순간으로 이어지는 ‘당신의 봄’을 약속한다.

광고가 지시하는 모험의 순간은 ‘아침에 집을 나서는 것’, ‘어디론가 떠나는 것’,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등이다. 모험의 순간들은 구체적인 보험 상품들, 예컨대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건강보험, 어린이보험, 연금, 저축 등을 함축한다. 보험가입은 자신감 있는 모험을 보증한다.

결국 모험으로 가득 찬 ‘즐거운 인생’을 위해 보험가입은 필수가 된다. 즐거운 인생은 그렇다 치고 ‘행복한 인생’에도 보험은 필수일까? <행복한 한스>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평범한 청년 한스는 7년간의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황금 덩어리를 차례로 말. 암소. 돼지. 매. 숫돌2개와 교환한다. 그리고 부주의로 숫돌마저 잃게 된다. 그러나 부등가 교환과 부주의로 빈 털터리로 고향에 도착한 한스의 웃픈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욕망의 대상이 사라진 바로 그 순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한스는 행복을 발견한다. 그가 지향해야 할 삶의 원형이 어깨를 짓누르는 ‘욕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후련한 ‘행복’에 있음을 승인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보험의 부재가 불행한 한스에서 행복한 한스로 바뀌는 반전의 한 수를 연출하게 한 것이다.

모험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광고에서의 주장은 자동적으로 모험에 관한 텍스트들을 소환한다. 모험을 다룬 텍스트들에서 용기의 가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무인형 피노키오의 용기는 위급한 순간 목숨을 걸고 제페토를 구하도록 이끈다. 악동 허클베리 핀의 선택은 올바른 이성의 힘을 보여준다. 짐이 노예가 아닌 한 명의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깨달음에 이르자 그는 강요된 사회의 규범을 넘어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따른다. 이들이 보여준 용기는 진정한 가족의 탄생 그리고 자유를 찾아 인디언마을로 떠나는 새로운 모험이란 단계로 이행하는 계기가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턱을 든 채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있는 청년의 옆모습과 완만한 산 정상에서 배낭을 메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리고 ‘인생은 모험이니까’란 문장은 ‘모험의 순간’을 내포한다. 현실적인 도전과제들,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위험한 모험을 대체한다. 그리하여 일상은 즐거운 모험의 장이란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위험을 무릅쓰거나 모든 것을 다 잃는 진짜 모험은 우리 모두의 삶에서 실종된다. 대신 여유로운 삶, 직장인으로서의 삶, 부모로서의 삶이란 통제가능하고 실현가능한 선택지가 ‘즐거운 모험’, ‘용기 있는 모험’이란 가면을 쓴다. 이제부터 지향해야 할 삶의 참 모습을 찾기 위한 고난과 시련의 모험은 텍스트 속 전설로 남기면 될 터이다. 하지만 광고에서 제안하고 약속하는 표준화되고 예측 가능한 즐거운? 모험의 순간만 있는 인생이라면 일단 줄행랑치고 볼 일이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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