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1973년 한글날 광고

[신인섭 칼럼] 1973년 한글날 광고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11.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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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世代)』지 광고
『세대(世代)』지 광고

46년 전에 겪은 일이다. 내가 호남정유(GS 칼텍스) 선전을 책임 맡고 있을 때였다. (그 무렵에는 광고와 선전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1973년 9월이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급히 『세대(世代)』라는 잡지에 광고를 게재해야 할 일이 생겼다.

호남정유 광고대행은 같은 럭키그룹인 금성사(엘지전자) 선전사업부가 대행하던 시절이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내가 광고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한글날이 있는 10월이라 한글날에 맞춘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그림의 광고이다.

얼마 지나서 같은 회사 직원으로부터 재미있는 광고를 보았다고 하며 이 광고 이야기를 했다. 칭찬하는 말이었는데 이 광고를 누가 만들었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내가 썼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비슷한 칭찬 이야기는 회사 윗분한테서도 들었는데, 광고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었던 그 분 아드님이 말한 것을 뒤에 알게 되었다.

이 광고가 좋다고 한 말은 잡지 한 페이지에 큰 글자 열 넷 밖에 없어서 언뜻 보아도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 내용이 한글날이 있는 10월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쪽을 고르시겠습니까”란 카피에는 광고를 읽는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여운이 있었기 때문일 것일까.

그런데 고백하자면 이 광고에는 한 가지 실수가 있다.

한문은 배우기 힘든 말이며 한글은 배우기 쉬우니 될수록 한글을 사용하자는 메시지인데, 왜 삼만여자를 모두 약자(略字) 대신 정자(正字)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삼만여자 參万余字 ⤇ 參萬餘字로 했더라면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광고란 창의성의 일이란 옳은 말이다. 하기야 이런 실수도 있어야 광고 카피라이터가 밥벌이를 할 수 있겠지.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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