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할로윈에 최고로 무서운 것은?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할로윈에 최고로 무서운 것은?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11.1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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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보통 마지막 주에 트렌드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어쩌다 보니 회원들의 다수가 31일을 모임 날짜로 선호했다. 한 친구가 걱정하면서 말했다. “그날이 할로윈인데.” 자신이 할로윈 파티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회원들 중 할로윈 파티에 참가할 이들도 많을 수 있고, 교통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가 첫 연상이었는데, 어느새 할로윈으로 바뀌었다. 할로윈을 우려한 친구에 이은 다른 언급이 없었고, 우리는 예정대로 10월 31일에 모임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의 내가 탄 좌석 열에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는 남녀 두 명이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지하철에도 분장한 가짜 피와 함께 지난 밤의 할로윈 파티 피로를 얼굴에 묻히고 한 청년이 지하철에서 졸고 있었다. 아마도 봄의 발렌타인데이, 가을의 할로윈이 기념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미국에서는 할로윈 분장들을 보면 그해 대중문화의 인기 품목을 알 수 있었다. 2002년 미국에서 주재하던 시절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벌이는 할로윈 퍼레이드에 갔다. 둘 중의 하나는 그해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있었다. 1991년 11월말의 추수감사절에 맞춰 개봉되어, 다음 해까지 돌풍을 이어갔던 <아담스 패밀리>의 출연자들 모습이 1992년 할로윈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그래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등장하는 3대 주인공들이 있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닌 좀비, 드래큘라를 비롯한 흡혈귀(vampire), 조커(Joker)를 연상시키는 삐에로와 같은 광대(clown)이다. 그런데 이들 할로윈 3인방 없이도 더 무서운, 최고의 악몽이 될 할로윈이 될 선물을 주겠다는 기업이 나왔다.

브라질 버거킹에서 올해 할로윈을 맞이하여 “가장 무서운 할로윈이 오고 있다(The scariest Haloween is coming)”라는 카피와 함께 사람들을 겁주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최고의 악몽과 맞설 준비를 하라(Get ready to face your biggest nightmare is coming)“고 한다. 그리고는 할로윈 3인방이 없지만(”With no zombies, no vampires, and not even clowns“), 그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오고 있다고 한다. 바로 월말이면 몰아닥치는 각종 고지서들이다. 실생활에서 보면 정말 무서운 존재들이다.

기존의 고지서들만 해도 악몽인데, 버거킹에서 더 무서운 고지서를 보낸다고 한다. 버거킹의 고지서를 받으려면 특정한 웹사이트에 가서 신청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서 수시로 눈을 가리고 하면서도, 더하게 짜릿한 무서운 순간을 공포영화를 보며 찾는 것처럼, 혹은 놀이공원에서 싫다고 하면서도 더 쓰릴 있는 탈것에 줄을 선다.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공포와 고통을 찾는 것이 인간 본성을 버거킹 브라질이 이용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버거킹에서 제공하는 10월 31일 하루만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이었다. 무시무시한 고지서로 분장한 이 쿠폰을 친구들에게 놀래키며 전달할 수 있는 건 덤이다. 브라질의 데이비드 상파올로(DAVID Sao Paulo)에서 마들어 시행한 이벤트이다.

할로윈에서 12일 후인 11월 11일. 우리에게는 ‘빼빼로데이’라고 했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광쿤지에(光棍節)가 먼저 다가오며, 미디어에서도 각광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중국인민은행에서 공식 매출을 발표하며 열기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잊혀진 계절’ 노래가 할로윈의 분장과 의상에 빛이 바래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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