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Seed,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

[스타트업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Seed,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

  • 정재호
  • 승인 2019.11.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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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1일~22일, 임팩트 투자자 모임인 D3 임팩트 나이츠(Impact Nights) 행사 및 소셜벤처에 투자/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인 sopoong의 임팩트 데모데이에 연이어 참석하였다. 두 행사의 주최자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곳이라 감동이 남달랐다.

두 행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임팩트(Impact)”이다.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라 풀어 쓰면 의미가 더 명확해 진다. 현 시스템으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기업가적 혁신 마인드로 해결하고, 사회에 선(善)한 임팩트를 일으키자는 뜻이다. 한국에서만 주로 쓰는 구분이긴 하나, 소셜 임팩트를 일으키는 기업이 “소셜벤처(또는 사회적 기업)”이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곳을 “임팩트 투자자”라 부른다. 사회적 문제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나, UN에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17가지의 목표를 정한 바가 있어 기준으로 삼고 있다. 

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윤 극대화를 냉철하게 추구해야 할 기업, 그리고 투자자가 사회적 임팩트를 일으키는 선한 일에 매진한다?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자선을 하자는 것인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추구가 양립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자본가들이 임팩트 투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사건이, 2008년 월스트리트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오작동할 수 있다는 증명이었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여러 리더들이 기업가/기업의 목적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었다. D3 임팩트 나이츠에서 기조 연설을 맡은 Annie Chen님(임팩트 투자 패밀리오피스인 RS Group /홍콩)은 2008년 목격한 세상의 문제와 가족이 투자로써 문제 해결에 뛰어든 과정을 설명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업의 노력으로 풍족한 삶과 경제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나, 환경 파괴, 빈부 격차, 성차별 등 후세대에게 넘어갈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기업이 오히려 조장한 것도 있다는 기성 세대의 반성이 아닐까 싶었다.

놀랍게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고 부를 이룬 회사의 시작을 보면, 사회적으로 선한 임팩트를 일으키겠다는 철학이 있었다. 궁핍의 시대에 일자리 창출하며 가난을 없애고, 사회의 성장 기반을 닦은 것 만 해도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고, 1세대 창업자 덕분에 소위 말하는 “사업보국(事業保國)”이 된 것도 사실이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아기들을 위해 만든 한국 최초의 두유(창업자가 의사였다)가 있고, 매일 흰 쌀을 먹기 힘든 환경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담당했던 국수와 라면, 이동의 자유를 준 사회 기반 시설 건설과 국산 자동차도 있다. 시작은 모두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업자의 혁신과 도전이었다.

반면, 세상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문제와 사회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악(惡)으로 변한 기업들도 여럿 등장하여 아쉽다. 그들에게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시각에서 제시 된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지상 과제가 기업의 존재 이유처럼 되어버렸을 것이다. 특히, 그 주주가 일부 지분을 가진 가족 경영진인 경우도 있다. 도대체 기업은 사회를 위해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반성의 목소리를 낸 곳도 미국의 자본가들이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9년 8월, 애플, 아마존, 월마트,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이란 상징성 있는 행사에서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자본주의의 변화를 스스로 선언하게 된다. 요는, 주주가치 극대화가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직원, 소비자, 거래처, 사회, 정부 등)를 두루 만족시키며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진, 미국에서,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가들의 목소리다.

인식은 바뀔 것인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기업, 임팩트 투자자, 그리고 전반적인 자본주의의 변화가 광범위한 행동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지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직후, 일부 학자는 구체적 활동 계획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이미 한국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미션으로 다시 잡은 그룹이 있고, 수많은 소셜벤처(또는 사회적 인식이 강한 스타트업)가 활동 중이며, 매년 천억 원 이상의 임팩트 투자 펀드가 결성되고 있다.

필자가 임팩트 투자에 대해 설명 할 때 명확하게 이해하며 응원한 두 그룹과, 말이 안 된다며 손사래친 한 그룹이 있다. 향후, 경제와 사회를 이끌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 변화에 대한 명확한 시각과 행동력을 지녔다. 그들이 현재 소셜벤처/스타트업, 그리고 투자의 행동 실세들이다. 그리고, 창업으로 자수성가해 본 60대 이상의 선배들은, 그들의 창업 성공 여정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었음을 회고한다. 자본을 가진 그분들의 임팩트 투자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이러한 자본주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층은, 허겁지겁 성장만을 추구하며 주주 자본주의를 배우며 기득권이 된 우리 세대들(X세대)인 것 같다.

이 글에서, 소셜벤처(또는 사회적기업), 스타트업을 따로 적는 것도 불편하다. 필자는 일을 할 때 양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사회와의 가치 공유는 필수이며,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사회적 변화와 관련 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란 시각에서 비영리기관도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 있다. 단지,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 방법에 맞게 다양한 옷(주식회사,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개인활동 등)을 입으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투자자는 사회적 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데, 회수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더라도(인내자본/patient capital), 투자 기대 수익률이 결코 낮지 않다. 일반적인 벤처 펀드의 수익률(한국의 경우 연 8%)을 상회하는 곳도 많다. 사회적으로 큰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가 혁신적 모델에 의해 해결된다면 가치는 당연히 창출되며, 그것에 대해 고객이나 사회가 지불한다면 그것이 곧 이윤 창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재무적 가치 창출이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근거이다.

미국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멤버들. 앞줄 왼쪽부터 액센추어 노스 아메리카의 줄리 스위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애플의 팀 쿡, 오스틴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의 로버트 스미스, 뒷줄 왼쪽부터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블랙록의 래리 핑크. (출처. 뉴욕 타임스)
미국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멤버들. 앞줄 왼쪽부터 액센츄어 노스 아메리카의 줄리 스위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애플의 팀 쿡, 오스틴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의 로버트 스미스, 뒷줄 왼쪽부터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블랙록의 래리 핑크. (출처. 뉴욕 타임스 19.08.19)

 


정재호 Company B 파트너, 스타트업 COO이자 엔젤투자자, 고려대 경영대 스타트업연구원의 예비창업팀 육성 교수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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