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칼럼] 돈 주고 사는 광고·홍보상

[원칼럼] 돈 주고 사는 광고·홍보상

  • 이시훈
  • 승인 2019.12.0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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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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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달 경실련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지단체와 공공기관이 광고비·홍보비 명목으로 지난 5년간 약 93억원을 지급하고 총 1,145건의 상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요구함과 동시에 감사원에는 공익감사를 청구하였다. 상을 돈주고 산다는 것은 상의 가치를 훼손함은 물론이거니와 정상적으로 출품을 하고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 기관이나 사람들에게는 범죄 행위로 느껴질 일이다.

경실련이 주장하는 상들이 모두 광고·홍보상은 아니며, 정정보도를 요청한 조선일보만해도 30여개의 상을 시상해 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일부는 언론사가 상금도 주고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들의 광고상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1960년대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이 광고상 제도를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광고공모전 형태였는데, 최근에는 기성 광고 작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언론사들의 광고상은 지난 한해 동안 많은 광고를 집행했던 광고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광고상 수상을 계기로 새로운 광고의 집행을 유도하여, 결국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제도로 기능해왔다. 그래서 우후죽순 격으로 언론사 광고상이 생겨났다. 돈 주고 상을 받는 것인지, 상을 받고 고마움에 광고를 집행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형 광고주들이 상을 많이 타온 것이 사실이고, 최근에는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수상 리스트에 제법 많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언론사와 함께 광고·홍보상을 범람하게 만든 주범이 학회와 협회이다. 광고관련 학회가 5개이고 그들 중 다수는 광고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체별로 부분별로 대상, 금상, 은상, 동상 등을 시상하니 상의 가치가 떨어지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별로 신나 보이지 않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필자라도 솔선수범하려고 지난 4월 한국광고학회 ‘올해의 광고상’에서는 매체별 1개와 전체 그랑프리 1편 그리고 심사위원특별상 등 상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바 있다.

이렇게 상의 가치를 제고하고 받아서 즐겁고 행복한 광고·홍보상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예심과 본심 등 심사 절차가 다단계의 형태를 띠는 것이 좋다.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심사와 함께 여러 단계와 절차를 걸쳐서 특정인이 특정 광고를 지원한다고 해도 상을 받을 수 없게 구조화하여야 한다. 온라인 평가단이나 심사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으나, 그 결과가 왜곡되거나 조작되지 않도록 사후 공개를 하여야 한다.

둘째, 상의 수를 줄이고 특화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 광고효과를 중심으로 시상을 하는 에피상(Effie Award)은 출품작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상을 못주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상의 남발을 막다보니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상이 된 것이다. 상의 권위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광고학회의 올해의 광고상도 출품작 수가 206편에 수상작 수는 11편으로 약 5%만이 입상을 하였다. 또 특정 매체 또는 특정 분야만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제한하여 특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광고PR실학회가 광고인을 대상으로 올해의 광고인상을 시상한 것이 대표적인 특화의 예이다.

셋째, 광고주가 출품의 의미를 찾는 광고상이어야 한다. 출품은 지난 캠페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지 수상이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캠페인의 목적은 무엇이었고, 어떤 크리에이티브로 어떤 실행을 하였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출품 과정 속에 녹아있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에피상은 출품 서식이 7페이지에 이르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무척이나 많다고 한다. 그렇게 출품한 광고상에서 수상을 한다고 하면 더욱 기쁠 일이지만, 수상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새로운 캠페인을 위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수상이 목표가 아니라 출품 과정에서 배우는 의미가 있는 광고상이 진정한 광고상을 것이다.

끝으로, 수상 축하 광고나 수상 이후의 후원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양보하여 광고를 많이 집행해 준 광고주에게 감사의 의미로 상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상을 무기로 하여 광고를 집행하거나 후원을 강요하는 것은 근절해야 할 관행이라고 본다. 상을 주면서 부담을 같이 준다면, 누가 즐겁게 상을 받으려 할 것인가. 향후 국민권익위와 감사원의 조사와 감사를 통해서 국내 광고·홍보상 문화가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시훈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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