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콩고기” 아세요?

[신인섭 칼럼] “콩고기” 아세요?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12.11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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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임포시블 와퍼 (출처 cnet.com)
버거킹 임포시블 와퍼 (출처 cnet.com)

모르시겠지. 사전에도 없는 조어이니까. 담백질 많은 콩처럼 식물로 만든 고기를 말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Plant-based"란 말인데, 나온 지는 오랬으나 “구석 시장(Niche)에 박혀 있다가 드디어 작년에 주류(主流) 식품 축에 끼게 되었다. 버거킹 제품인데 그 이름을 ”임포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라 지었다. 엄청 나게 크다는 뜻의 와퍼인데 쇠고기가 아니라 식물로 만든다니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런데 가능해졌다. 패티를 쇠고기가 아니라 식물성 고기로 만들었다.

어린 딸에게 쇠고기와 콩고기로 만든 와퍼를 먹고 나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겠느냐 맞히게 했더니 역시 쇠고기 와퍼를 맞혔다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왜 팔리느냐 하는 질문이 나오는데, 우선 맛의 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가 값도 괜찮아서 인기가 오르자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4월에 콩고기를 판매 개시한 버거킹은 8월이 되자 전국 7,200개 식당으로 시장을 넓혔다. 처음에는 갸우뚱해서 관망하던 경쟁사 맥도널드도 주의를 기울게 되었다.

던킨도너츠 Beyond Sausage (출처 beyondmeat.com)
던킨도너츠 Beyond Sausage (출처 beyondmeat.com)

어느 버거킹 식당 근처에는 던컨도너츠가 있었는데 식물로 만든 소시지를 만들었더니 날개 달린 듯이 팔렸다. 제품 이름은 “Beyond Sausage"이다. 직역하자면 ”소시지 저 건너“라고나 할까. 고기 소시지보다 더 나은 소시지라는 뜻일 것이다. 곧 매사추세츠주로부터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의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식물로 만든 콩고기의 쇠고기 육류 시장 점유율은 불과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임포시블 와퍼는 버거킹 식당 뿐 아니라 그 밖에 독립 식당 체인, 박물관, 운동장, 대학 캠퍼스 등에서도 팔리고 있다. 하와이에 있는 주유소와 편의점 겸영 체인은 쇠고기 메뉴를 완전히 콩고기로 대치했다. 더 나아가서 이 체인은 다른 식당에서도 자기 본을 따르라고 권유하고 있다. 한 가지 틀림 없는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변해 가는 소비자의 동물 고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동물의 육류를 먹는 현재 인간의 식습관을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겠는냐 하는 의식도 있다.

작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킨 스웨덴 여중 학생 그레타 툰버그(Greta Thunberg)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어른들의 미지근한 태도 비난은 어린 학생들의 철없는 운동이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되었다. 특히 이른바 Z세대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환경의 문제요, 지속 가능한 성장과 관련되며, 그 가운데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의 문제가 포함된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온실 가스 영향인데 세계 전체의 14.5%는 사람이 먹는 식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숫자는 모든 자동차, 추럭, 항공기, 선박에서 생기는 온실 가스와 맞먹는다. 그램당 온실가스 발생은 쇠고기와 양고기가 가장 많고 식물 기반 고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 “과학(Science)”지에 나와 있다는 뉴욕 타임즈 (2019.4.30.) 보도이다.

내년 스위스 다보스(Davos) 세계 경제 포럼의 주제는 “화합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이다. 작년 여름 미국의 200대 기업이 회의에서 제기한 논점(論点)은 주주(Shareholder)와 이해당사자(Stakeholder)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이익을 많이 내서 주주에게 배당하는 돈이 많게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광고와 홍보를 포함하는 마케팅을 잘 해서 자기 회사의 성장을 구가하는 것도 좋지만, 그 성장이 주주 뿐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이해당사자들도 “화합하고 지속 가능”해야 된다는 것이다. 기업 목표(Purpose)에 주주 외에도 각계각층의 일반 소비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콩고기와 식물성 소시지의 인기 상승이 주는 시사는 광고와 PR 종사자들에게도 자기가 하는 일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때가 왔음을 말한다고 하면 과언일까?

광고매체가 디지털화하는 세상으로 급변하니까 판매에 미치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소셜미디어를 프로그래매틱으로 사서 광고하면 판매목표와 마케팅 목표가 달성되어 임무가 끝났다고 하기는 힘든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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