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상에 없던 "멸종동물 공원" 어떻게 생겨났을까?

[인터뷰] 세상에 없던 "멸종동물 공원" 어떻게 생겨났을까?

  • 최영호 기자
  • 승인 2019.12.2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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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5G 기술로 환경보호 의식 이끌어
펜타클이 1년 동안 준비한 새로운 형식의 캠페인 진행

인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에 작지만 특별한 '동물 공원'이 문을 열었었다. 그 이름은 '멸종동물 공원' 그런데 이곳에는 동물이 없다. 동물은 가상 현실과 증강현실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이미 멸종해 야생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부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만날 수 있다.

'멸종동물 공원'은 LG유플러스가 5G VR, AR 기술을 이용해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보존을 촉구하기 위해 실행한 캠페인이다. LG유플러스와 세계자연기금(WWF)의 협력으로 시작한 멸종동물 공원 캠페인은 VR·AR 콘텐츠 제작을 시작으로 TV와 디지털 광고는 물론 오프라인 체험존과 팝업북 출간 등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장성남 CAO와 김대영 ECD (왼쪽으로부터)

기술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이번 캠페인을 기획, 제작, 실행한 곳은 광고 대행사 펜타클이다. 광고대행사에서 VR, AR 콘텐츠를 기획하고 심지어 출판까지 진행했다.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개장한 멸종동물 공원. 매드타임스는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한 펜타클의 김대영 ECD(이사)와 장성남 CAO(이사)를 만나 멸종동물 공원의 탄생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캠페인은 5G라는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대영 ECD : [멸종동물 공원]은 2018년 말 2019년 유플러스5G의 마케팅을 제안하며 준비했던 아이디어였습니다. 그 때 나온 아이디어는 정말 단어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멸종동물 공원]을 만들어보자. 사실상 VR이나 AR은 최첨단의 기술은 아닙니다. 이 기술들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가상에 만들어주는 것이죠. 우리는 세상에 없는 무엇을 만들 때 이 기술의 가치가 더 큰 의미를 가질지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멸종동물 공원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제작 의도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장성남 CAO : “멸종되어 볼 수 없는 동물들을 VR 기술로 재탄생시키고 이를 체험함으로써 환경 오염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이끌어 내자”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어린아이들에게 좀 더 쉽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회의를 하면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대부분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 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피카츄의 모델 아메리칸 피카, 주토피아의 갈색목 세발가락 나무늘보, 리오의 주인공 스픽스 마코 앵무새, 손오공 모델 황금들창코 원숭이 모두 인간의 욕심 때문에 살 곳을 잃고 개체수가 줄어가고 있었던 거죠.

김대영 ECD : “이 동물들이 인간에게 말을 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아마 인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이 동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인간에게 들려줄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아메리칸 피카, 북극여우, 나무늘보, 황금들창코원숭이, 스픽스 마코 앵무새는 영화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CG 전문 스튜디오 덱스터의 3D 기술을 통해 VR과 AR 속 멸종동물 공원 안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덱스터 작업 모습
덱스터 작업 모습

1년동안 캠페인을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장성남 CAO : 2018년 11월 22일자 문서에 ‘멸종동물 공원’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공중파와 디지털 버전의 광고와 함께 세상에 [멸종동물 공원]이 공개되었습니다. 수 많은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태어난 아이템은 기억에 없습니다. 그만큼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고, 애정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5G 기술과 환경 보호라는 CSR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김대영 ECD : ‘5G 기술이 세상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라는 선한 의도만으로 뚫고 가기에는 힘겨웠던 순간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기획의도를 담아내고 실현해내자는 의지가 이 프로젝트를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멸종동물 공원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술은 늘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그것이 늘 올바른 방향을 향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술과 자연은 공존하기 보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지난 시절 기술은 자연을 파괴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이제 환경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환경단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성남 CAO :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들이 환경문제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업의 철학이 근거에 깔리지 않고는 쉽게 돈을 쓸 수 없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느낀 큰 기쁨은 ‘5G로 일상을 바꾼다’는 마케팅적 접근에서 들춰낸 유플러스의 선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대행사의 제안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준 클라이언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년동안 준비하면서 환경에 대한 시선도 남다르게 변했을 것 같습니다.

장성남 CAO : 1년동안 준비를 하면서 지구 건너편에서 노벨상 후보로 추천 받는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를 보며 자극 받고, 환경의 심각성에 눈을 뜨며, 회의시간에는 플라스틱 컵을 쓰지 말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리의 진심 때문에 프로젝트가 점점 더 커져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캠페인은 어떻게 실행하셨나요?

김대영 ECD : 멸종동물 공원을 구현하기 위해 1년 동안 아시아의 대표적인 CG제작사인 덱스터와 함께 피카츄의 아메리칸 피카와 영화 리오의 스픽스 마코 앵무새와 같은 동물들을 3D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제작물에 성우의 목소리를 더빙해 AR과 VR로 5G 모바일을 통해 제공했습니다. TV CF와 디지털 광고 영상은 물론이고 5G 모바일이 없어도 이 멸종동물 공원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많이 찾는 복합 문화 공간에 멸종동물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에게 멸종동물 공원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VR 콘텐츠에 있는 동물 공원을 그대로 팝업북에 옮겨 정식 도서로 출간했습니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 친환경 재질로 만들었고 지금도 온, 오프 서점에서도 만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주기 위해 매출액의 일부를 WWF에 기부하는 업체와도 협업하여 한정판 멸종동물 팔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팝업북, 팔찌
팝업북, 팔찌

사실 많은 CSR 캠페인이 진정성을 의심 받기도 하고 1회성으로 그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장성남 CAO : 저희도 그런 점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부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이렇게 큰 예산을 쓴다는 것은 기업의 철학 없이는 시작될 수도 없죠.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캠페인이 단순히 외부에 보여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환경 실천 프로그램을 모바일로 제공해 아이들이 집에서 물과 전기를 아끼면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게 환경 보호 실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캠페인이 소개되자 많은 단체와 학교에서 환경교육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콘텐츠가 아이들의 환경교육에 쓰이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무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만든 VR 콘텐츠는 한국 초등학교의 환경 교육 교재가 되어 실제 많은 초등학교에서 VR 환경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체험 시키면 남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장성남 CAO : 서울시 환경정책과의 협조를 얻어서 환경 담당 선생님과 서울의 여러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VR기기를 통해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교육을 했습니다. VR체험 후 아이들의 VR기기를 벗겨주고 “재미있었어요?”라고 물으면 시크한 표정으로 “네”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곧 옆에 있는 친구와 씽긋 웃으며, “재밌다. 또 보고 싶다”, “그치 그치” 라고 말하는 모습, 부끄러워 하면서도 멸종위기 동물 친구들을 위해 적은 편지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1년 동안 의 고생을 보상 받은 것 같았습니다.

체험학교 초등학생 편지
체험학교 초등학생 편지

1년동안 준비한 캠페인 실행을 마쳐가는 소감 부탁 드립니다.

김대영 ECD :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캠페인이라 광고인으로 생활하는 내내 많이 기억에 남을 캠페인이라 생각됩니다. 1년 전, [멸종동물 공원]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건 그 며칠 전 아들이 고래 뱃속에서 엄청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날을 살아갈 아이들이 오염되고 죽어가는 지구에서 살아가게 하면 안될 거 같았어요. 광고라는 마케팅 툴이 세상의 변화에 작게 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마음 한 구석의 목마름 같은 것도 있었죠. 유튜브의 디지털 광고에 실린 댓글이 1300개가 넘더군요. 근데 대부분 아이들이 댓글을 달았어요. 결과적으로 우리의 의도처럼 아이들도 만화 주인공들이 멸종위기로 사라지고 있는 것에 공감하고 환경을 지키자는 다짐을 하고 있는 거죠.

결국 이런 의미 있는 브랜드 활동들이 작게나마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 그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성남 CAO : 2020년에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펜타클이 되기 위해 더 욕심부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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