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전을 일으키라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전을 일으키라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1.0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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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초상 (출처 위키피디아)
공자 초상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 중 공자의 주요 제자들을 다룬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이 있다. 거기에 《논어》의 <선진>편의 한 장면을 옮긴 대목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 중 한 명인 염구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들은 것은 곧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바로 실행해야 한다.”

다른 제자인 자로가 같은 질문을 했다.

“들은 것은 곧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반문했다.

“부형(父兄)이 살아 있는데 어찌 듣자마자 곧바로 행할 수 있겠는가?"

같은 질문을 했는데, 공자는 대답을 달리 하는 반전을 일으킨다. 우리야 위대하신 공자님이시니 당연히 뭔가 큰 뜻이 숨어 있으려니 하겠지만, 당시 옆에서 이를 지켜본 인사는 그러하지 못하고 괴이하게 여겨 공자에게 물었다.

“감히 여쭤보겠습니다. 질문은 같은데 어찌해서 대답은 다른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염구는 매사에 뒤로 물러나는 까닭에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고, 자로는 남보다 배나 앞서가는 까닭에 뒤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광고로 친다면 소구하고자 하는 고객이 다르면 그들의 니즈를 나타내는 표현은 같다고 하더라도 다른 해결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서서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견 같은 상황이라고 할 때도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공자가 위와 같은 문답을 하고나서 약 750년 후인 삼국지의 시대 제갈량의 일화이다.

먼 친척뻘이었던 유장을 몰아내고 익주를 차지한 유비가 제갈량에게 법령을 만들라고 했다. 원래 유장의 신하지만 유비를 도와서 최고 중신으로 꼽힌 법정은 진나라를 멸하고 이어 항우의 초나라까지 제압한 한나라 고조 유방이 복잡한 법을 없애고 세 가지만 남겨 ‘약법삼장’으로 공표했듯이 법령을 간소하게 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제갈량은 그 반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방은 이전의 진나라의 법이 너무나 엄격해서 그에 지치고 시달린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법을 간단하게 했는데, 익주는 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기강이 해이해졌으므로 치밀하고 엄격하게 법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간소한 법령을 내세웠던 법정도 따를 수밖에 없는 논리였다. 결과적으로 익주의 민심은 빠르게 안정이 되었으며, 행정의 기틀도 잡히고 풍요로운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선례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 반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상황과 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통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반전이 나온다. 벤치마킹을 하는 목적을 두 가지로 얘기한 적이 있다. 첫째, 잘 나가는 기업들이 그렇게 했으므로 우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둘째, 다른 기업들이 했으므로 우리는 다른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쪽을 택할지 올바른 선택을 위한 사전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저 반전을 위한 반전은 잠깐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버즈를 일으키기 위한 영상은 화제가 되었는데, 정작 브랜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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