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푸른 하늘처럼 맑고 높은 정신을 가진 사람아

[카페★里仁] 푸른 하늘처럼 맑고 높은 정신을 가진 사람아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1.1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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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
도연명

새로운 한 해 2020년이 시작되었는데도 저 거리 곳곳에서는 아직 그 무엇도 정돈이 되지 않은 채 갈래갈래 나뉘어 바뀌어 가는 시절도 잊고 여전히 내 귀를 닫고 내 목청만 높이며 주장에 주장을 덧붙인다.

무슨 생각에 저리도 애를 쓰나…… 잃어버릴 것을 염려해서 잃어버린 것을 찾고 싶어서 잃어버리지 않으려 무리를 지어 세상을 분분(紛紛)하게 하는 인생들!

어지럽고 분분하며 긴 분열이 지속되던 중국 남조(南朝) 때 한 지식인이 유익(有益)만을 좇아가지 않고 선비정신을 지키는 삶을 외롭고 힘겹게 실천하며 보냈다.

그는 정신이 푸른 가을 하늘처럼 맑고 높았던 사람 도연명(陶淵明)!

어려서부터 글을 배우며 세상을 구(救)하고 백성을 구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자신의 배움을 활용하여 안락하게 다스리는데 이바지하려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당시로서는 좀 늦은 나이인 29살에 기회가 오자 현실정치 세계에 나아가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세로 벼슬길에서 지식인의 책무(責務)를 행하려 하였다.

그러나 벼슬하는 13년 동안 정의(正義)롭지 못한 정국(政局)으로 인해 번번히 오래가지 못하고 여러 차례 물러나다 끝내 젊어서 품었던 포부와 열정을 잃어버리게 되자 무도(無道)한 시대의 이욕(利欲)을 뒤로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추구하는 선비로 남은 생을 살아갔다.

도연명은 정치에서 비록 물러나 은거 하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하며 세상을 버리고 살지는 않았다. 전원으로 돌아와 몸소 밭을 갈며 노동에 소홀하지 않았으며 지식인의 임무를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생의 철리(哲理)를 일깨우려 다양한 장르를 통하여 참다운 삶에 대한 글을 끊임없이 발표하며 가르침을 주었고, 그의 사후(死後)에도 시대를 뛰어넘으며 지성(知性)사회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그가 사십 대 초반 은거를 시작하여 오십세 중반에 이르렀는데도 정치는 여전히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은 더더욱 권력(權力)의 쟁취를 위한 무도(無道)함과 탐욕의 회오리 바람이 그치지 않자 도연명은 〈음주시(飮酒詩)〉 20편에 그의 철학, 인생관, 현실비판 그리고 이상(理想)을 담아내며 세상에 경종(警鍾)을 울렸다.

道喪向千載(도상향천재 )인간 도리(道理)를 잃은 지 어언 천 년,

人人惜其情(인인석기정) 사람들 참정(情) 주는데도 인색하네.

有酒不肯飮(유주불긍음) 있는 술도 마시질 않으려 하고,

但顧世間名(단고세간명) 덧없는 명리(名利)만 돌아보네.

所以貴我身(소이귀아신) 자신만 귀히 여겨도,

豈不在一生(기부재일생) 목숨이 살아 있을 때 뿐인데.

一生復能幾 (일생부능기) 한평생이 또 얼마나 되겠는가,

倏如流電驚(숙여유전경) 번개처럼 찰나(刹那)에 가버리지.

鼎鼎百年內(정정백년내) 더디다 한들 백 년을 못사는데,

持此欲何成(지차욕하성) 이를 부여잡고 뭘 이루고 싶어하나.

〈飮酒 三(음주 삼)〉 / 陶淵明(도연명)

이 음주시는 단 한번 인생을 살고 가는 우리가 어떻게 살다가 가야 하는지를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한다.

지금 이 시대 우리 각계각층에서 이 시를 좀 곱씹어 읽으며 고민해 보길 간곡히 권한다.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나’나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사리사욕(私利私慾)만 챙기며 그 안일함에 흠뻑 젖어서 반성도 개혁도 변화도 하지 않고 고인물에 몸을 담그고 물이 썩어가는 악취를 향기라고 즐기고 흐르지 않는 물을 안정이라 단정짓고 병들어 가는 조직세계를 바르게 가다듬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여 큰 낭패(狼狽)를 당하지 않기 바란다.

특히 나를 불러주면 나가서 일을 하고, 써주지 않으면 물러나야(用之則行용지즉행, 舍之則藏사지즉장《論語‧述而논어‧술이》) 하는 정치계 리더십이 짬이 없이 무조건 달리지만 말고 잠시 멈추고 이러한 시를 읽어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길 또 간곡히 권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로는 하면서 참 많은 정치인이 당리당략(黨利黨略)만을 내세우며 민의(民意)、공의(公義) 그리고 정의(正義)를 내동댕이 치거나 망각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쓸쓸하게 하는데……

제발 ‘세상의 명성과 이득만 돌아보고, 자신만 귀하게(但顧世間名, 所以貴我身)’ 여기는 ‘사욕(私慾)’을 단호하게 내려놓고 진정 모두가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며 도리(道理)가 살아있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장성미 문화평론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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