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나이키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나이키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1.1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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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의 끝자리 숫자가 ‘0’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은 그 이전의 십 년을 돌이켜 정리하곤 한다. 2020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대의 주요 트렌드, 세상을 바꾼 조류 중의 하나로 ‘미투(Me too)’로 대표되는 페미니즘의 대두가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 관련한 이슈가 근본적으로 1960년대 미국에서 불길이 지펴졌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50년이 지나서도 같은 양상으로 제기되었다는 게 사실 더 놀랍다. 어쨌든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를 일컬어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advertising)를 합성하여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이란 신조어까지 내놓았다.

나이키가 ‘2019 Women’s Just Do It’이란 캠페인으로 소위 펨버타이징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실행했다. 기존의 관념이나 관습을 바꾸려 하니, 당연히 반전이 일어난다. 계속 틀에 박힌 생각과 행동에 질문을 던지며 반전을 일으키라고 한다.

“넌 어떤 사람이 될래? 하나만 정답이라고? 둘 다 하면 안 돼? 과거가 너의 미래를 만든다고? 성적이 네 목표를 이루게 해준다고?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 남들이 정해준 대로 할 거야? 네 뜻대로 할 수는 없는 거야? 너 스스로를 믿을 때 네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거든. 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야.”

사실 펨버타이징이란 이름이 붙지 않아서 그랬지 나이키는 이전에도 어성 파워를 주창하는 활동을 꽤 많이 벌여왔다. 1999년 여자 월드컵 축구 결승전은 스포츠 및 스포츠마케팅 역사에 길이 남는 장면이 되었다. 정규 시간 0:0으로 비긴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이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중국의 세 번째 키커의 슛을 미국의 골키퍼가 두 세 걸음 앞으로 뛰어나오며 막았다. 미국의 다섯 번째 키커인 브랜디 채스테인이 골을 성공시키면, 역대 여성 스포츠 사상 최대라는 9만 이상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미국의 우승이 확정된다. 골을 확인하는 순간 채스테인이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까만 색 나이키 스포츠 브라를 입고 머리 위로 유니폼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이 그해 월드컵 최고의 장면이었다. 여성들이 운동을 할 때 스포츠브라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화제성에서 채스테인의 스포츠브라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그 월드컵 최고의 스타는 미국의 미아 햄이었다. 우승 후에 미아 햄이 여러 광고에 출연했다. 그중 스포츠 음료 광고에서는 농구의 슈퍼스타인 마이클 조단과 농구를 포함한 각종 종목에서 ‘어떤 것이든 내가 더 잘할 수 있어(I can do anything better than you)’란 가사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1:1 대결을 벌였다. 광고 자체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어느 광고인의 여섯 살 먹은 딸이 그 광고를 보고는 물었단다. “아빠, 우리 미아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야?” 마이클 조단이 의문의 1패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2019 Women’s Just Do It’ 캠페인의 일환으로 축구 국가대표로 영국의 첼시 팀에서 소속의 스타인 지소연 선수를 모델로 집행한 옥외광고가 화제가 되었다. 메시지나 크기가 아닌, 광고물이 걸린 건물 앞길의 버스정류장 광고와 짝을 이루어 반전을 일으켰다. 외모지상주의를 직설적으로 내세우는 성형외과 광고물과 묘한 대조를 이룬 것이다. 씁스레한 블랙코메디의 느낌을 주면서도, 나이키의 원래 의도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는데, 와중에 대못을 박는 듯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위의 것(나이키 광고)은 광고, 아래 것(성형외과 광고)은 현실”이란 댓글이었다. 이도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강남역 옥외광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강남역 옥외광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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