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한국 최초의 민간 TV 방송국 : “보고 들을 수 있는 廣告와 宣傳은 테레비죤으로”

[신인섭 칼럼] 한국 최초의 민간 TV 방송국 : “보고 들을 수 있는 廣告와 宣傳은 테레비죤으로”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01.1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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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이승만 대통령 인터뷰와 “실험방송을 공개”라는 동아일보 기사
개국, 이승만 대통령 인터뷰와 “실험방송을 공개”라는 동아일보 기사

우리나라 민간상업방송은 TV가 라디오보다 앞섰다. 단기4289년(1956) 5월 12일 저녁 7시 30분에 역사적인 KORCAD 텔레비전죤방송국(호출부호 HLKZ)이 개국했다. 장소는 방송국 “스타디오”. 종로 네거리 보신각 종각이 있는 바로 옆이었다.

방송국과 카메라
방송국과 카메라

서울 시내 22곳에 31대의 대형 TV를 설치하고 첫 방송을 “무료”로 보게 했다. 말할 것도 없이 많은 관중이 운집했다. 그런데 도입한 TV 대수는 겨우 300대에 불과했다. 방송시간은 평일에는 저녁 6시에서 9시까지 하루 4시간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낮 12시에서 1시까지 한 시간이 더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금요일에는 방송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참고 <주간기본편성표>) 모든 기자재와 기술 등은 미국 RCA에서 도입했다. 그래서 방송국 정문 위에는 RCA라는 글이 있었고. 흔히 RCA 텔레비전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KORCAD란 낯선 여섯자 영어보다 RCA라는 발음하기 쉽고 알려진 석자가 쉬웠을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국식은 아니나 이승만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옥외에서 있은 듯한데, 아마도 청와대 (그 때는 경무대) 뜰에서 언론계 인사들과 모임이었던 것 같다.

주간 편성표
주간 편성표

남아 있는 단기 4292년(1959) 2월 이후라는 표시가 있는 주간 기본 편성표를 보면 미국대사관이 제공하는 미국 소식, 미국공보원(USIS) 제공 “리버어틔” 문화영화, 미국의 소리 (VOA, Voice of America) 제공인 “생활의 초점“ 그리고 미국과 영국이 제공하는 “뉴우스“가 있었다. 수요일에는 ”유한 스테이지“와 ”진로 코메디“, 목요일에는 ”럭키-쇼” 토요일에 “OB 파아티”가 있었으니 스폰서인 광고주 이름이 붙은 프로그램이 있는 광고의 태평성대(太平聖代)였다고나 할까. RCA 기자재 뿐 아니라 TV방송 제도 역시 미국 방송의 본을 따른 것을 알 수 있다.

인파와 광고 슬라이드
인파와 광고 슬라이드

광고는 모두 슬라이드로 움직이는 영상이 아니었다. 고정된 한 장짜리 슬라이드이고 손으로 쓴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필사한 광고 카피가 두 장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충무로에 있던 기쁜소리사의 것이다. 그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맞춤법은 원고 그대로이다.)

충무로 입구에서 약 일백 메-타 드러가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인 4층 스텐레스  건물이 나타날 것입니다. 여기가 여러분이 잘 아시는 오랜 전통을 갖인 기쁜소리사입니다. 이 기쁜소리사의 고층건물 안에는 도서실, 연구실, 시험실...

기쁜소리사 광고 카피

이 손으로 쓴 카피를 아나운서(?)가 읽어 나가는 동안 아마도 기쁜 소리사의 그림이나 사진이 그림에서 보듯 반전투사 생방송으로 나갔을 것인데 확인할 길은 없다. 지금 같았으면 2-3초도 보지 않았겠지만 60여년 전의 시청자는 이 광고를 열심히 보았을 것이다.

생방송
생방송

KORCAD 방송 개국 20주년을 맞은 1976년에 초기부터 이 방송과 인연을 맺었던 문시형(文時亨)이 남긴 “텔리비젼 20년”에 개국 때 영업을 맡았던 이경호(李慶鎬)가 남긴 눈물겨운 TV 광고 판매 경험담이 있다. 경향신문 주간부장이 된 이경호는 미국으로 갔다는 소문을 나중에 들었다.

텔리비젼 20년 표지
텔리비젼 20년 표지

그가 내게 남긴 20여매의 슬라이드 사진이 유일한 한국 최초의 민간상업방송의 광고가 될 줄은 몰랐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 광고가 여기저기 퍼져 나가 남아 있어 누구니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보고 들을 수 있는 廣告와 宣傳” 한국 초유의 KORCAD TV는 창립 넷째 해인 1959년 2월 2일 화재로 사라졌고 1963년에 KBS TV가 재원이 없어 광고 방송을 해서 TV 광고가 맥을 이어갔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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