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을 일으키는 행동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을 일으키는 행동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1.2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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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광고에 출연한 모델 중 최고의 스펙 보유자’.

노벨상 축하광고
노벨의학상 축하광고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캡션과 함께 한국 광고 사진 하나가 실렸다. 스펙에 확실하게 정해진 서열이 없지만, 이 광고를 보면 무엇을 두고 ‘최고의 스펙’을 얘기한 것인지 분명하다.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그 주인공인 배리 마샬(Barry Marshall) 박사의 사진이 실려 있다. ‘헬리코박터’란 낯선 의학용어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위기능성 발효유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광고모델로 낯익어진 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2000년 9월 위궤양 등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균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기능성 발효유 ‘윌’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5월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위궤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마샬 박사를 제품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그가 2005년 10월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수상자로 발표가 되면서 위와 같은 수상 축하 광고가 나온 것이다. 마침 배리 마샬 박사와의 광고모델 계약이 다음 해인 2006년 5월까지로 되어 있어서 광고가 가능했다. 저명한 과학자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여 증언식 광고를 만들고, 운이 좋게도 그가 노벨상을 받는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인데, 실상 주인공인 배리 마샬 박사의 생애에는 큰 반전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지방의 도시인 퍼스(Perth)의 병리학자인 배리 마샬이 1981년에 위궤양의 원인이 나선형 박테리아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박테리아는 산성 환경인 위장에서 살 수 없다는 게 대대로 내려오는 정설이었기에,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대로 검증되는 과정도 없이, 의학계의 조롱만 샀다. 국제의학계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는 오스트레일리아, 거기서도 중심부에서 벗어난 퍼스 출신이라는 게 분명 영향을 미쳤다. 1984년 마샬 박사는 그런 의학계의 반응을 뒤집어버리는 행동을 한다. 나선형 박테리아가 있는 배양 접시를 들고 내용물을 마셔 버린 것이다. 3일 만에 위궤양 증세가 나타났다. 나타난다고 해도 몇 년 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반전을 일으켰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프로젝트 윌의 광고모델로 까지 등용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출신의 무명 병리학자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그가 노벨상을 받기까지 2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는 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배리 마샬 박사처럼 어찌 보면 돌발적인 행동으로 반전을 일으킨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천연 재료만을 써서 인체에 완전 무해하다는 걸 내세웠던 주방세제 브랜드가 있었다. 그 브랜드의 반전은 홈쇼핑에서 이루어졌다. 그 기업의 대표가 직접 출연하여 제품 설명을 했다. 천연재료를 써서 닦인 주방용품에 성분이 남아 있어도 아무런 해가 없고, 설거지 하는 이의 손에도 괜찮다면서, 심지어는 그대로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계획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직접 마셔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실제 뚜껑에 부어서 마셨다는 것이다. 세제를 마시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천연재료에 걸맞게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서울의 강남 지역으로부터 불같이 일어났다고 한다. 부작용이라면 그 사장님은 이후 홈쇼핑에서마다 출연하게 되면 그 세제를 들이키는 장면을 되풀이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홈쇼핑에서의 세제 원샷 장면을 직접 확인하려 애썼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생각하거나 감히 시도할 수 없는 행동으로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건 안다. 어떤 반전에는 만용에 가까운 용기와 그를 부르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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