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전통이 쉬운 해법이라고?

[광고와 춤을] 전통이 쉬운 해법이라고?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1.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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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중저가 브랜드라면 ‘전통에 소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기 충족적 예언을 무시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흔히 토종브랜드는 ‘전통적 가치’를 표현하고 가격의 합리성과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통’의 유혹은 기대하는 효과를 벗어나기도 한다. 

팀버라인 아웃도어 광고는 ‘전통 문화’, ‘동양적인 가치’, ‘옛 것’에 대한 긍정적이고 향수어린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다. ‘붓글씨’의 필체에 의해 드러나는 성격과 기질, ‘수묵화’에 의해 그려진 내면의 풍경, 정신적 세계는 ‘전통’, ‘전통의 미’를 은유한다. ‘순 우리말’의 사용과 ‘한글 시조 형식’, 풍자적인 ‘판소리 어투’의 인용은 ‘전통성’을 내포한다. ‘자연을 보듬으며 참살이 하려는데’와 같은 문장기표는 자연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 소박하고 자기만족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은유한다. 이는 ‘이름표 광낸다’, ‘남의 눈 신경 쓰다’와 같은 문장기표가 지시하는 화려하고 과시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대조를 이룬다.

화자의 이야기는 소비자에 대한 이야기와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혼합한다. 화자의 목소리는 자신의 소비경험에 대한 그 또는 그녀의 독특한 반응 방식, 즉 개성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이상적 자기와 실제 자기와의 대립을 드러내며 태도와 행위의 불일치라는 소비자의 한계를 명시화한다. 반면 ‘착하고 반듯한 것’이란 문장은 제품의 도덕성을 은유하며 ‘중저가’와 ‘기능적인 디자인’이란 제품의 속성을 강조한다.

광고에서 비교의 형식은 이상적인 소비자, 이상적인 제품에 대한 판단기준을 재수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다. 소비자는 ‘눈치’, ‘소신’이란 기준에 의해 상이하게 정의되며 제품은 ‘쓸모’라는 사용가치, ‘이름표’란 교환가치 기준에 의해 상이하게 평가된다. 소신과 사용가치는 우월성을 함축한다. 이야기의 분열적인 흐름은 모호한 시각적 기표들의 틈을 메울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 문장과 이미지는 연결되지 못한다. 분리된 채 정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탈맥락적으로 배치된 제품은 ‘팀버라인 자건거용 배낭’이라는 객관적인 상품정보만을 지시한다. 불가지한 기표들의 배치와 제품의 고립된 배치는 우수성, 개성이란 제품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기표들은 왜 저기에 있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

팀버라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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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하게 ‘합리적’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강조하고 있는 백화수복 광고는 훨씬 쉽게 전통을 다룬다. 낯설고 모호한 기표들 대신 친숙하고 분명한 기표들을 동원한다. 백화수복은 술병과 술잔, 복주머니, 전통문, 함, 다식 등과 나란히 제시되며 ‘차례’, ‘제례’, ‘명절’, ‘음복’ 등과 같은 친숙한 ‘전통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위치된다. 인용된 전통문화의 기표들은 현재의 우리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우리의 기대에 부합한다. 승계되고 살아있는 전통은 친숙함을 제공하고 현대와 연결되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언제든 진부함으로 돌변할 수 있다. 전통은 결코 만만치 않다.

백화수복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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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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