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아이보리 (Ivory) - 물에 뜨는 비누, 성경과 과학이 낳은 아이콘

[신인섭 칼럼] 아이보리 (Ivory) - 물에 뜨는 비누, 성경과 과학이 낳은 아이콘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02.05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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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로고
P&G로고

세게 최대의 광고주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용품 제조회사로 자리잡은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P&G)의 아이콘 제품은 물에 뜨는 아이보리 비누다.

P&G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183년 전인 1837년에 창립되었다. 프록터는 영국 출신으로 양초를 만들고, 갬블은 아일랜드에서 비누를 만들던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의 부인은 인 사이이기도 하다.

회사 창립 20년인 1857년에는 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9세기 중엽에는 대단한 돈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 P&G는 노예해방을 지지한 북군과 비누와 양초 납품 계약을 맺었다. 전쟁이 끝나고 군인들은 제대 후 자기들의 고향에 돌아갔으나, 군대 생활 중 사용한 P&G 제품을 계속해서 쓰게 되었다.

회사 창립 41년 되던 1878년에 P&G는 값싸고 고품질의 비누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신제품 비누가 히트를 쳤다. 처음에는 “P&G 흰 비누(P&G White Soap)”로 이름을 지었으나, 뒤에 “Ivory(상아)"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비누 생산 중 실수로 공기가 혼합물에 들어가 물보다 가벼워져 비누가 물에 뜨게 되었다. 그래서 ”물에 뜨는 비누(Soap that floats)"로 팔게 되었다. 

세수 비누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 이 “Ivory Soap”라는 이름이 나오기까지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공동 창립자의 아들 할리 프록터는 이 신제품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로 놓고 몇 달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신제품 비누의 뛰어난 깨끗함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 구약성서 시편 45편을 읽고 있었는데, 8절에 이르렀을 때 그는 영감을 받았다. 그 8절은 다음과 같다.

왕의 모든 옷은 몰약과 침향과 육계의 향기가 있으며 상아궁에서 나오는 현악은 왕을 즐겁게 하도다.

시편 45편 8절 (개역개정, NIV)
시편 45편 8절 (개역개정, NIV)

성경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아이보리”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깨끗한” 비누의 주장, “99. 44/100“는 성경이 아닌 인간의 과학과 조사에서 얻었다.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P&G는 대학의 화학 교수와 과학자들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불순물 비율이 ”1%의 100분의 56”이라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깨끗한 비율이 “99.44/100”이라는 계산이 된다. (아직 개울물로 세수하던 시절이었다.)

99.44/100 흑백 광고(위)와 초창기 아이보리 비누
99.44/100 흑백 광고(위)와 초창기 아이보리 비누

이렇게 해서 지난 142년 동안 P&G가 만들어 팔고 있는 “아이보리 비누(Ivory Soap)”라는 아이콘이 탄생했다.

20세기 초 아이보리 비누 광고
20세기 초 아이보리 비누 광고
20세기 초 아이보리 비누 광고
20세기 초 아이보리 비누 광고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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